■미끄럼을 막고 스피드를 올려라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탁월한 스피드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다. 이번 월드컵에서 시원스럽게 내달릴 그의 축구화는 나이키의 '머큐리얼 베이퍼 수퍼플라이2'다.
2006 독일월드컵을 분석한 나이키 스포츠과학연구소는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두 845회(경기당 13회) 미끄러졌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미끄러짐 현상의 49%는 방향 전환을 위해 급정지할 때 나타났고, 30%는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나이키는 "스피드를 중시하는 선수들에게 미끄러짐은 최대의 적"이라며 "머큐리얼 베이퍼 수퍼플라이2는 축구화가 지면과 최상의 접지력을 갖게 해 미끄러짐을 막아준다"고 설명한다.
앞쪽의 스터드(stud·징)가 지면에 가하는 압력에 따라 최대 3㎜까지 수축하며 방향전환 때 안정적인 '퍼스트 스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스피드를 가진 이청용도 머큐리얼 시리즈를 신는다.
■정확한 킥을 위한 노력
측면 공격수들이 스피드를 중시한다면 미드필더에겐 킥의 정확성과 슈팅의 파워가 가장 중요하다.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익스'는 이 점에 초점을 맞췄다. 1994년 개발된 프레데터 시리즈는 당시 엄지발가락 부분의 돌기가 공의 회전을 8%가량 늘리며 화제를 모았다. 정확한 프리킥을 자랑하는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이 이 축구화의 최대 수혜자였다.
이번 월드컵에도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 미하엘 발라크(독일) 등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이 축구화를 신는다. 아디다스는 "실리콘과 고무를 혼합해 만든 발 안쪽의 '스워브 존(swerve zone)'이 공과 축구화의 접촉 면을 증가시켜 정확한 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공을 찰 때 마찰력 증가로 슈팅 파워도 8% 늘어났다는 것이 아디다스의 주장이다. 끈을 바깥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해 공 처리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한 것도 프레데터의 특징이다.
나이키의 T90은 정확성을 콘셉트로 한 축구화다. 이번 월드컵에 선보일 'T90 레이저3'는 축구화의 표면을 최대한 깨끗하게 해 공이 맞을 때 압력 분포를 균일하게 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미드필더 기성용이 T90을 신는다.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산소탱크'에겐 발이 편한 축구화가 최상이다. 박지성이 신는 나이키 '티엠포 레전드3'는 부드러운 캥거루 가죽 소재로 만들어 착화감이 뛰어나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 등 활동폭이 큰 선수들이 티엠포의 주요 고객이다. 카카(브라질)가 신는 아디다스의 '아디퓨어3'는 발목 부분에 두꺼운 패드를 대는 등 착용감에 신경을 썼다.
날씨와 그라운드 상황에 맞게 조립해 쓰는 축구화도 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신는 'F50i'가 그것이다.
외피와 밑창·스터드를 갈아 끼울 수 있는 F50시리즈는 외피를 열로 접합해 재봉선을 없애고, 신발끈을 가리는 등 드리블에 장애 조건을 없앴다. 박주영과 아르연 로번(네덜란드) 등이 F50i를 신는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활약할 축구화는 과연 어느 제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