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돌아온 왕년의 하이틴스타 이승현

  • 등록 2008-12-05 오전 9:57:43

    수정 2008-12-05 오전 9:58:02

[조선일보 제공] "옛날의 저를 기억해주시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있지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 중입니다."

지난달 4일부터 뮤지컬 '돌아온 고교얄개'로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이승현(47)씨를 4일 만났다. 이씨는 6살 때인 1966년 충무로에서 여관을 하던 어머니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조긍하 감독의 영화 '육체의 길'에 캐스팅됐다. 1968년 TBC 아역 탤런트로 특채돼 TV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1970년대 초·중반 청룡영화상, 대종상특별상, 백상예술대상 등을 받았으며 70년대 말엔 '고교얄개'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행운은 계속되지 않았다. "'얄개'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성인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자랐는데 사람들은 다들 저를 어린애로만 여겼던 거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음식점을 하던 어머니도 사업에 실패했다. 그는 1986년 캐나다로 떠나 토론토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돈에 쪼들려 한 학기밖에 못 다녔어요. 야채가게, 편의점, 햄버거 가게 등에서 갖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12년 만인 1998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흥행은 실패였다. 2000년 직접 영화사를 차리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로 끝났다. "올해 초 음반을 내고, 뮤지컬 출연 제의도 받게 되었죠. 다시 '얄개'로 관객 앞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중년이 된 옛날의 '얄개' 팬들이 극장을 많이 찾아주세요."

그가 뮤지컬에서 연기하는 인물은 중년이 된 얄개 '나두수'. 옛날을 회상하면서 젊은 '나두수'와 만나는 역이다. 그에게 30년 전 '고교얄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물었다.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 전 면도를 하면서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데이트!'라고 말하는 신이죠." 장난스럽게 면도하는 시늉을 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 아직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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