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불감증시대]불륜 범람, 쪽대본 촬영...드라마는 언제쯤?

  • 등록 2007-07-10 오후 1:12:48

    수정 2007-07-10 오후 9:04:16

▲ 불륜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우리 드라마에서 불감증에 걸린 부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래 전부터 지적됐던 해묵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벼락치기 제작, 그리고 한 군데로 쏠리는 소재의 편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요즘도 쪽대본과 밤샘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오죽하면 한 영화 배우는 인터뷰에서 드라마 진출 여부를 질문받자, “촬영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다고 들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촬영 일정은 사고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지난해 초 교통사고로 제작이 중단된 MBC 드라마 ‘늑대’도 결국 안전 불감증과 밤샘 촬영이 야기한 것이었다. 

완성된 대본이 아니 촬영 직전이 돼서야 연기자들이 받아볼 수 있는 쪽대본은 이제 한국 드라마의 일상적인 현상처럼 됐다. 이는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연기자들이 감정선을 잡아가는데도 악영향을 끼친다. 쪽대본은 때로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극의 진행이 개연성 없이 바뀌는 등 문제점이 많지만 여전히 현실 여건을 핑계로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한 소위 ‘장사가 될만한’ 소재에 편중되는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는 소재가 자극적일수록 시청률이 높다. 2007년 드라마의 화두라 할 수 있는 불륜은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로 이미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한동안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트렌디드라마에 주도권을 뺏겼던 불륜 드라마는 최근 들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시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MBC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시청률 30%대를 넘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지난달 끝난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등 각 방송사들의 대표적 인기 드라마들은 대부분 불륜 드라마다.

‘내 남자의 여자’는 연기자들의 호연과 김수현 작가의 필력과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나 친구의 남자를 빼앗은 여인이 주인공인 불륜드라마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위에서 거론한 문제들은 모두 방송 비평가와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받아온 것들이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가 앓고 있는 불감증은 전방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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