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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우리 드라마에서 불감증에 걸린 부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래 전부터 지적됐던 해묵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벼락치기 제작, 그리고 한 군데로 쏠리는 소재의 편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요즘도 쪽대본과 밤샘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오죽하면 한 영화 배우는 인터뷰에서 드라마 진출 여부를 질문받자, “촬영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다고 들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촬영 일정은 사고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지난해 초 교통사고로 제작이 중단된 MBC 드라마 ‘늑대’도 결국 안전 불감증과 밤샘 촬영이 야기한 것이었다.
완성된 대본이 아니 촬영 직전이 돼서야 연기자들이 받아볼 수 있는 쪽대본은 이제 한국 드라마의 일상적인 현상처럼 됐다. 이는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연기자들이 감정선을 잡아가는데도 악영향을 끼친다. 쪽대본은 때로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극의 진행이 개연성 없이 바뀌는 등 문제점이 많지만 여전히 현실 여건을 핑계로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동안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트렌디드라마에 주도권을 뺏겼던 불륜 드라마는 최근 들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시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MBC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시청률 30%대를 넘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지난달 끝난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등 각 방송사들의 대표적 인기 드라마들은 대부분 불륜 드라마다.
위에서 거론한 문제들은 모두 방송 비평가와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받아온 것들이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가 앓고 있는 불감증은 전방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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