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쏟아지는 종편 예능, 아류로 끝나선 안 된다

  • 등록 2015-09-07 오전 8:50:53

    수정 2015-09-07 오전 8:50:53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제2의 개국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갔다.”

송창의 TV조선 제작본부장이 가을 개편을 맞아 기자들에게 말한 자신감이다. 종합편성채널들이 일제히 프로그램 다양화에 박차를 가했다. 제작비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예능프로그램이 첫 번째다. TV 조선이 무려 여섯 개의 새 예능을 공개한 데 이어 MBN 역시 가을을 맞아 새 예능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채널A는 ‘잘 살아보세’ 등 대표 예능프로그램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JTBC도 새로운 예능 포맷을 개발 중이다.

그런데 어딘가 기시감이 든다. TV조선의 새 예능프로그램인 ‘이경규의 진짜 카메라’는 과거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몰래 카메라’를 살짝 비튼 듯하다. ‘간편 밥상’은 최근 유행하는 ‘쿡방’의 연장선상이다. ‘국제아파트’의 경우 JTBC ‘비정상회담’의 중년 버전이라 부를 만하다. ‘모란봉 클럽’은 채널A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떠오른다. JTBC의 ‘내 나이가 어때서’는 SBS ‘붕어빵’과 유사한 포맷이다.

제작진은 “이전 프로그램과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설득력은 떨어진다. ‘국제아파트’의 신정현 PD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의 대담을 통해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하겠다”며 ‘비정상회담’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박미선, 이휘재, 김영철 등도 “유사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은 그동안 낮은 시청률과 부족한 제작 노하우 등을 이유로 드라마·예능·교양 보다는 보도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작했다. JTBC를 제외하면 드라마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예능프로그램 역시 저비용 고효율인 집단 토크쇼에 머물렀다.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 및 과감한 시도를 벌였던 JTBC가 수익을 거두기 시작하자 다른 종합편성채널 들도 생각이 달라졌다. JTBC는 ‘비정상회담’과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했다. 프로그램이 뜨니 광고수익도 상승해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다. 안정 대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은 내심 아쉽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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