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반대? 이미 너무 멀리 왔다

  • 등록 2012-11-29 오전 9:24:23

    수정 2012-11-29 오전 9:24:23

KBO 이사회.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10구단 창단 문제가 격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기업 KT가 수원시와 손잡고 10구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전주시도 지역 기업들과 공동 작업으로 창단 의사를 밝혔다. 당초 KBO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올스타전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고 정상적으로 리그에 참여했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매달 열리는 정기 이사회는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선수협은 “10구단 창단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12월11일에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물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대 구단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이 지나가면 창단 문제는 또 하염없이 미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만에 하나 10구단 문제가 계속 지연되면 한국 프로야구는 골든글러브나 WBC 이상의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선수들과 팬들이 새로운 구단이 주는 긍정적 효과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해보다 풍성하고 뜨거웠다. FA를 잡기 위한 각 팀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선수들의 몸값은 계속 치솟았다. NC가 가세한 효과가 가장 컸다. 구단이 늘어나며 수요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공급 가격(선수 몸값)이 상승했다.

원 소속팀에선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선수들도 특별 드래프트를 통해 NC유니폼을 입게 됐다. 단박에 주전급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신생 구단 하나가 선수들의 몸값과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겨울이 되고 있다. 이런 단맛을 본 선수들이 과연 이전처럼 맥없이 물러설거라 계산한다면 큰 오산이다.

팬들의 관심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 스스로 보호 선수 명단을 작성, NC에 내줄 수 있는 선수들을 예상해보고, 누구나 구단주가 되어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다. 또 보상 선수가 누구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기에 트레이드에도 활력이 생기며 보다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즌이 한창일때 못지 않은 열기가 느껴진다.

이전까지 한국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에선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FA의 벽은 높고, 트레이드 시장은 보수적이었다. 전력 보강 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만 강했다. 자연스럽게 겨울만 되면 팬들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 볼 이야기 거리가 부실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구단 팬들은 환호를, 잇달아 실책이 이어지고 있는 구단 팬들은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애증이 교차하는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관심을 야구로 붙들어두는데 가장 큰 힘이 된다. 이렇게 모인 기대감과 관심은 새로운 시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NC 창단으로 만들어 진 또 하나의 긍정적 효과다. 팬들도 이런 설레이는 경험을 1년만에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10구단 문제가 지지부진해진다면 야구팬들은 선수들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일부 구단들은 10구단이 생기면 전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하면 전력 약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 잣대로는 이미 신생구단 효과를 만끽한 선수들과 팬들의 의지를 꺾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10구단을 향한 발걸음은 들판에 불이 번지듯 힘을 얻어가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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