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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김수현 작가의 페르소나(Persona) 배우 김희애',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 김상경'
라틴어로 마스크 혹은 얼굴이란 뜻의 '페르소나'는 방송·영화가에서 작가 혹은 감독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라는 의미로 쓰인다. 유명 작가와 감독들에게는 이같은 '페르소나'가 작품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최근 데뷔 음반 '더 퍼스트 익스피어리언스'(The First Experience)를 발매한 가수 숙희(본명 진정연·28)는 작곡가 조영수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조영수는 SG워너비 '내사람'·'라라라, 티아라 '너 때문에 미쳐', 김종국 '제자리걸음', 이승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히트곡을 만든 스타 작곡가. 조영수가 발굴한 숙희는 가녀리면서도 구슬픈 한국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어 조영수 특유의 복고풍 음악을 잘 살릴 가수로 주목받았다.
"아마도 (조)용수 오빠를 만난 게 제 인생의 기적이 아닐까 싶어요. 스무 살 때 데뷔 준비를 하다가 여러모로 회의가 들어 가수는 안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음반을 내게 된 계기는 다 용수 오빠에 대한 음악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신뢰 때문에 가능했죠."
가수 거미, 쥬얼리 박정아, 버블시스터즈 강현정, 빅마마 이지영 등이 나온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데뷔앨범 준비하기 전까지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한 숙희. 그녀를 만나 10년 넘게 키워온 음악에 대한 짝사랑과 우여곡절 가수 데뷔 후일담을 들었다.
-데뷔 전 가수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스무 살 때 한 기획사에서 R&B 가수로 데뷔할 뻔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여자 가수들의 외모를 중요시할 때라 스트레스가 컸다. 또 가수 데뷔 전 기획사의 보호가 구속같이 다가와 부담도 심했고. 또 보컬 강사와 다른 가수들의 코러스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수 데뷔에 대한 욕망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수 오빠를 만나 가수 제의를 받았고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조영수라면 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내 강점을 너무나도 잘 아는 분이라 내 장점을 잘 끌어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 믿음도 컸다. 몇 년간 용수 오빠와 음악 작업을 같이하면서 신뢰를 쌓았기에 '이 사람(조영수)이라면 나를 이용해 이익만을 챙기려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먼저 뮤지션 분들과의 교류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무대 경험 도움도 많이 됐고.
김동률, 이적, 유희열, 박정현, 빅마마 선배들의 콘서트에서 코러스를 했는데 그분들의 공연을 보며 많이 배운 것 같다. 이적 오빠의 무대 장악력과 김동률 오빠의 완벽주의. 가수로서의 열정을 보고 느꼈다.
-활동명이 숙희다. 마음에 드나
▲처음에는 정말 싫었다. 안 한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음악 스타일과 함께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가기위해서'라는 용수 오빠와 주위 분들의 끝없는 설득에 결국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에는 '소울 시스타'나 이런 이미지로 가려고 했는데...(웃음)
이름 때문에 '트로트 가수냐'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이름이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장점이 있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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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라는 이름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땠나
▲이적 오빠가 내가 가수 준비한다는 걸 알고 전화로 이름이 뭐냐고 묻더라. 당시만 해도 내가 창피해서 끝까지 안 알려줬는데 어떻게 알아냈더라. 그런데 '우리 와이프 이름은 옥희야. 그러니까 힘내'라는 농담을 건네더라.
▲첫 음반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음악'보다 '잘할 수 있는 음악'에 주력했다. 연차가 쌓이고 가수로 좀 더 자리를 잡으면 R&B 등 다양한 장르도 해보고 싶다.
-음반을 가장 먼저 준 사람은 누군가
▲부모님이다. 가수 한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이 하셨다. 대학도 실용음악과 간나고 하니 ''딴따라'하려고 하냐'며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어머니가 당시에는 많은 힘이 돼 줬다.
숙희는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데뷔했다는 게 실감이 날 때는 언젠가
▲길거리에 내 음악이 들릴 때가. 한 번은 가로수길에서 차를 마시는데 어떤 사람의 차 안에서 들리는 음악이 내 노래더라. 신기했다.
-가수로서의 꿈은 뭔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보다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기쁘거나 슬플 때 찾아 듣게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