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1981년 12월11일을 아시나요

  • 등록 2008-09-04 오전 10:50:37

    수정 2008-09-07 오후 8:36:25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돌발 퀴즈 하나. "한국야구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날을 아십니까." 아마도 야구팬이라면 가볍게 "8월23일"이라는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돌발 퀴즈 둘. "한국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며칠에 열리는지 아십니까." 골든 글러브 시상식은 12월에 열리는 것이 상식. 아직 더위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뭔 소리냐 싶은 분이 있다면...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은 매년 12월 11일에 열린다. 이 날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 매우 기념비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1981년 12월11일 삼성,OB,롯데,MBC,해태,삼미의 총수들은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 모여 한국 프로야구의 창립을 결의했다. 12월11일은 한국 프로야구의 생일인 셈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행사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매년 12월11일에 치르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건 그렇지 않건 매년 12월11일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되고 있다.
▲ 지난 1일 거행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축하 리셉션

야구인들은 그래서 12월11일을 '야구의 날'이라 불렀다. 공식 비공식을 떠나 그들의 가슴 속엔 그렇게 기억돼 있었다.

얼마 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23일을 '공식적인' '야구의 날'로 선포했다. 한국 야구의 첫 올림픽 우승을 기념하자는 뜻이었다.

한국야구가 제2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 시기에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임을 입증한 날인만큼 그 기쁨의 크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날을 기념하자는데 불만은 없다.

다만 '당장 눈 앞의 기쁨에만 박수와 열정을 쏟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프로야구가 아니었다면 2008년 8월23일의 감격은 우리 몫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계 최강이라던 쿠바 야구가 점차 힘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프로화'라는 당연한 귀결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탓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야구는 프로화가 되면서 분명 강해졌다. 비록 1981년의 그날이 독재정권의 서슬 퍼런 주도하에 이뤄진 것이라 해도 야구만 놓고보면 새록 새록 감격을 새겨야 하는 날임이 분명하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올림픽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동안 프로야구를 만들고 지켜온 선배들의 몫"이라고 영광을 돌린 바 있다.

'새로운 것', '새로운 성과'는 언제나 화려하다. 그러나 모든 결과에는 역사가 걸어온 길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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