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서 '여인'으로… 원더걸스의 진화?

'소 핫' 열풍, '텔 미'와 같은점·다른점
  • 등록 2008-07-11 오전 9:45:11

    수정 2008-07-11 오전 9:45:14


[조선일보 제공] '텔 미(Tell Me)'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원더걸스 신드롬이 6개월여 만에 재현되고 있다. 신곡 '소 핫(So Hot)'의 인기는 '텔 미' 시절을 닮아 있다. 네티즌들이 원더걸스 춤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해 올려놓은 동영상 UCC들이 인터넷에 빼곡하다. '유치원 선생님 소 핫', '일지매 소 핫' 등 그중에서 '대박' UCC가 탄생하기도 한다. '소 핫'은 5월 초 발표 직후, 각종 인터넷 음악 사이트 선두에 올라섰으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요지부동이다.

여전히 쉽고 만만하다

'텔 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래와 춤이 만만했기 때문이었다. 음의 고저(高低) 폭이 넓지 않고 후렴구가 또렷했던 선율은 노래방에서 합창하기 딱 좋았다. '팔찌춤' 등 큰 손동작을 앞세운 안무 역시 군인들이 아침 체조시간에 따라 할 정도로 쉬웠다. 역발상의 성공이었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했던 이전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와 비교하면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원더걸스의 매력은 의도된 엉성함에 있다"며 "너무 잘 다듬어져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과 상반된다"고 했다.

'소 핫'도 이런 전략을 그대로 가져왔다. 신시사이저를 폭 넓게 활용한 선율은 80년대의 팝 댄스 음악 스타일과 잇닿아 있다. 귀에 익다. '소 핫' 도입부는 80년대의 명곡 유리스믹스의 '스윗 드림스' 표절 논란을 빚기도 했다. '텔 미'의 경우, 80년대 팝 가수 스테이시 큐의 '투 오브 하츠'를 샘플링해 중장년층에 익숙함을 더했었다. 춤은 동작이 좀 더 작고 세밀해졌지만 역시 따라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이번에도 '팔찌춤'처럼 전체 안무의 간판 노릇을 하는 춤이 있다. 손바닥과 손등으로 번갈아 얼굴을 감싸며 V자 모양을 만드는 'V라인춤'이다.

더 확실해진 '섹슈얼 코드'.

6개월 사이에 '소녀'들은 '숙녀'가 됐다. "난 너무 예뻐요"라며 주위 남자들 시선을 즐기는 뮤직비디오 속 원더걸스 모습은 "10분이면 어떤 남자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외치던 2003년 '텐미니츠'의 이효리와 통한다. 멤버들은 '야한 옷'의 표상인 표범 무늬 의상을 입고, 도도한 눈빛을 보내며 춤을 춘다. '롤리타' 신드롬을 겨냥한 듯한 '텔 미' 시절 소녀 취향의 옷과 비교하면, 한층 도발적이다. 의상을 담당한 스타일리스트 김효성씨는 "처음부터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표범 무늬를 기본으로 몸매를 잘 살릴 수 있는 의상을 준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진영 자신은 물론, 비, 박지윤 등 성적 매력을 앞세운 가수들로 '성공기'를 써 온 JYP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으로 강점을 살리는 데 나선 것이다. 원더걸스가 데뷔곡 '아이러니'에서 교복을 입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적 코드는 해가 지날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춤은 '텔 미', 노래는 '소 핫'이 중독적

'텔 미'는 노래보다는 '팔찌춤' 등 춤이 더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절정부가 전진 배치돼있는 '소 핫'은 노래의 힘이 더 큰 것 같다는 게 중평. 안무가 홍영주씨는 " '소 핫'의 동작은 '텔 미'보다는 조금 어려워 그때만큼 호응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하지만 얼마 전 유행한 '주얼리'의 '이티춤'도 손가락을 맞추는 한 동작 말고는 따라 하기 어려운 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원더걸스의 안무는 쉽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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