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홍성흔의 현명한 선택

  • 등록 2007-12-13 오전 11:04:20

    수정 2007-12-13 오전 11:05:55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LG 조인성은 최근 3년간 3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7리에 29홈런 143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1975년생이다.

SK 이호준은 최근 3년간 20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2리에 35홈런 146타점을 기록했다. 이호준은 2006년 1년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에 위의 성적이 실제로는 2년 동안의 결과물이다. 그는 1976년생이다.

이호준이 조인성보다 약간 젊고 훨씬 생산적인 선수다. 그런데 이번 FA 시장에서 조인성과 이호준은 똑같이 4년간 총액 34억원에 계약했다. 물론 세부 인센티브 조건은 다르겠지만 크게 볼 때 같은 조건에 계약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조인성은 우선 협상 기간에 쉽게 34억원을 확보했고, 이호준은 롯데와 계약 협상까지 벌인 끝에 비교적 어렵게 34억원 조건을 따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SK가 언제나 FA시장에서 LG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소비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까닭은 따로 있다. 조인성이 이호준과 달리 포수라는 점이다.

포수이기 때문에 특권을 누리는 선수는 많다. SK 박경완은 최근 3년간 평균 타율 2할4푼8리에 총 39홈런으로 별볼일 없는 공격력을 선보였다. 다른 포지션 선수였다면 주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것은 물론, 나이와 높은 연봉 때문에 방출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연봉 3억원을 받으며 팀의 주축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화 신경현은 올해 타율 2할5푼 2홈런 15타점이라는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음에도 주전 자리를 지켰다. 타율 2할6푼3리 3홈런 30타점에 그친 기아 김상훈도 팀내 입지는 단단한 편이다.

무엇보다 현대 김동수는 포수가 아니었다면 이미 3~4년 전에 선수 생활을 마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봐서는 구단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LG 은퇴 포수 김정민은 팀으로부터 복귀 제안을 받았다 한다. 다른 은퇴 야수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두산 홍성흔이 포수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홍성흔은 “포수를 좋아한다. 나중에 포수를 할 수 없게 되면 은퇴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 이야기다.

마스크를 쓰고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홍성흔으로서는 자신이 포수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김경문 감독의 판단에 승복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홍성흔은 다른 팀에서 주전 포수가 될 만한 기량과 경험을 넉넉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성흔은 포수가 좋아서 계속 하고 싶다고 하지만, 만약 포수 자리가 지긋지긋하더라도 포수를 계속 하는 게 훨씬 이로울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포수는 다른 포지션 선수에 비해 돈을 벌고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최근 3년간 총 타율 2할7푼7리 26홈런 169타점에 그쳤다. 1루수 또는 외야수라면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성적이다. 특히 외야수 자원이 풍부한 (그래서 강동우를 1년 내내 2군에 뒀다가 트레이드시킬 수 있는) 두산에서는 홍성흔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트레이드 요구는 홍성흔으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홍성흔은 2008시즌이 끝난 뒤 FA가 된다. 조인성의 경우에서 보듯이, 포수로 FA가 되는 것이 1루수나 외야수로 시장에 나가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홍성흔의 트레이드 요구는 자신을 위해 아주 현명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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