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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이근호와 올림픽 대표팀, 아니 핌 베어벡 전 국가대표 감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올해의 이근호가 있기까지 베어벡 감독의 믿음이 컸다. 베어벡 감독도 이근호를 수제자 정도로 여겼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 6월 2007 아시안컵 출전 엔트리를 확정하기 전 가진 한 인터뷰에서 이근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최근 굉장한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작년 11월 일본과의 올림픽대표 경기 때와 비교해보자. 당시 이근호는 인천에서 주전도 아니었다. 결국 인천은 그를 대구로 보냈고 대구로 간 이근호는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인천은 이근호를 내보낸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이근호의 모습에 무척 기쁜 마음을 느낀다”
▲베어벡 사퇴? 거짓말인 줄 알았다
자신이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로 ‘젊은 피’ 수혈을 내세우면서 이근호를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을 처음 구성하던 지난 해 11월 인천 2군에 있던 이근호를 발탁했다. 이근호 또한 베어벡 감독에게는 감사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좋았다. 너무 좋았고 감사하다. 베어벡 감독 덕분에 올림픽 대표, 국가대표까지 갔다왔으니까. 편하게 해 주셨다. 대표팀에 가면 칭찬을 하면서도 더 요구할 것은 하면서 자만하지 않도록 했다. 따로 불러서는 처음보다 실력이 느는 게 보이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는다며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대표팀에 가서 편하게 하고 경험도 쌓으니 실력이 정말 늘더라. 많이 좋아졌다.”
올림픽 대표팀에 처음 소집됐을때 이근호는 일종의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베어벡 감독은 플레이를 살릴 수 있는 움직임, 사이드 플레이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볼을 뺏겨도 좋으니까 과감하게 하라고 했고, 네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이거니까 과감해져라고 주문했다. 부족한 점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대표팀에 모일때 마다 한가지씩 주문을 했다. 이번에는 이것이 좋아졌는데 다음에 올 때는 이 부분을 해가지고 와야 한다는 식이었다.
올림픽 대표팀만 가면 좋았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다. 동료들하고 지낼 때도 달라졌다. 처음 모였을땐 나름 위축된 감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프로 1군 선수들이고 나는 2군 선수였으니까. 이제는 내가 앞에 나서서 할 정도로 위축감 같은 것은 없어졌다. 이전에는 플레이를 하다 잘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섰지만 요즘은 그런 것은 없다.
베어벡 감독의 중도사퇴는 그래서 더 아쉬웠을 것이다. 이근호는 구태여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 베어벡 감독이 사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인줄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아쉬워 했다. 베어벡 감독은 바깥에 비춰지는 것보다 좋은 점이 많다. 훈련하다보면 많이 느낀다. 많이 아쉬웠다.”
▲박성화 감독 부임은 자극제
이근호는 박성화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 박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2005년 네덜란드 세계청소년(20세 이하) 선수권 본선 멤버에 이근호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근호는 박주영(FC 서울) 김승용(광주 상무)은 물론 후배 신영록(수원 삼성) 에게도 밀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를 아끼던 베어벡 감독이 떠나고 박 감독을 올림픽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을 때 서먹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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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은 라이벌이 아니다
오랜 부상에 시달리던 박주영이 지난 달 시리아 원정때부터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주영은 여전히 그 나이대에선 가장 촉망받는 선수다. 이근호가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을 법했지만 그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청소년 대표팀에서 올라온 후배들이 경쟁 상대라고 했다.
“주영이에게 라이벌 의식같은 것은 전혀 없다. 올림픽 대표팀내에서 포지션도 틀리고. 그가 없을 때는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영이의 실력을 다 아니까.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스피드 신장 슈팅 드리블 능력 등 주영이는 장점이 많다. 골문 앞에서 침착하고 골 감각도 있다. 주영이가 잘하는 것은 같이 뛰어보면 느낀다. 어서 돌아와 전력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경쟁 상대라고 하면 윙포워드 자리를 다툴 후배들일 것이다. 이상호(울산 현대) 이청용(FC 서울) 등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어리지만 이들이 플레이하는 걸 보면 정말 잘한다고 느낀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의욕이 생긴다. 이들과는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뛴다고 이야기해야 할 만큼 경쟁해야 할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의 강한 승부욕은 배워야
올림픽 대표팀에선 이근호가 긴장할 정도의 '영건'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포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시즌 K리그에선 용병 바람이 거셌다. 특히 공격수 부문이 그랬다. 득점 랭킹에서 이근호가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8위였다. 그 위 랭킹에는 모두 외국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근호는 이런 현상을 탓하기 보다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구단들이 비싼 돈을 들여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외국인 선수를 탓하기보다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외국 선수들을 보면 다른 점이 있다. 데얀(인천) 까보레(경남) 등을 보면 침착하다. 파워풀하면서도 문전에서는 냉정하다. 국내 공격수들 가운데 이런 면을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급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데서 차이점이 나오는 것 같다.
훈련할 때도 나타난다. 연습경기때 좋은 찬스에서 슈팅이 빗나가면 국내 선수들은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은 화를 낸다. 결정을 못했다고. 승부욕들이 대단하다. 운동장에서만큼은 다혈질이다. 국내 선수들은 좋게 말하면 착하다. 직설적이지 못하고 배려하는게 운동장에서도 보인다. 외국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운동장에서는 이기적이라고 할만큼 욕심도 많이 낸다. 그런 승부욕, 강한 면은 배워야 할 것 같다. 대구의 팀 동료인 루이지뉴를 봐도 배울게 많다. 하나씩 빨리 배워서 이들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도 국내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에게 밀려 나가는 게 심각하다고 여기고는 있었다.
“프로 구단들이 대학선수들을 뽑을 때 가장 먼저 수비수, 그리고 미드필더 마지막으로 공격수를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 선수들 만큼 뛰어나지 않으면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공격수 자리는 대개 두자리고, 구단 입장에서는 비싼 돈 주고 영입한 외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
대구는 시민구단이다. 재정 등 제반 여건이 여타 구단에 비해 열악하다. 선수층이 엷은 것이 이근호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불편할 수도 있다.
“같은 시민구단이지만 인천에 있을 때만 해도 느끼지 못했다. 지원을 받는 곳이 많아서 였던 것 같다. 대구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열악하다는 느낌이 든다. 선수층도 엷고. 아무래도 가동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보니 교체 빈도도 적다. 후반기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대구가 거두는 1승은 뜻 깊게 받아들여진다. 정말 죽어라고 뛰어서 얻는 결과다.
그래도 대구는 관중이 많이 오는 편이다. 우리에게 힘이 된다. 홈 경기를 하면 재미있다. 또 원정 경기에도 서포터들이 와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면 고맙다. 비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응원해 주셨는데 지고나면 정말 죄송스럽다. 그런 면에서 수원 선수들은 든든한 배경이 있는 셈이다. 그들은 상대 팀이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할 때면 서포터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마치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 같을 것이다. “
그는 힘든 시기는 있었지만 초등학교 이후에는 축구를 하게 된 것을 후회 본적이 없다고 했다.
“어릴때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떤 아저씨가 축구나 한번 해보라고 해서 어머니께 ‘축구하고 싶어’라고 한마디 했는데 어느 날 테스트를 받으러 가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축구를 하게 됐다. 그때 축구부는 다 스카우트 형식으로 팀을 구성했는데 나는 맨 마지막으로 테스트 받고 들어갔다.
하지만 동네에서 하던 축구하고 틀렸다. 그냥 공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었다. 훈련도 해야 했고. 그때 왜 축구를 시작했나하고 후회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없다.“
“올해가 가장 좋다”는 그는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본선까지도 생각했다. 그리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K리그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이근호 프로필
▲생년월일=1985년 4월 11일
▲신체조건=176cm/71kg
▲학력=동막초-부평동중-부평고
▲경력=2004년 인천 입단, 2007년 대구 이적
▲K리그 통산 기록=35경기 출전 10골 3도움
▲A매치 기록= 3경기 출전 1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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