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이가 드니 나도 나약한 인간인 것 같다"던 최요삼은 17일 인터뷰가 진행된 체육관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 후배들을 보자 "그래도 저 애들이 훗날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야 하지 않겠는가"고 다소 흐트러졌던 눈에 총기를 모았다.
▲감량의 고통과 출산(出産), "애기를 36번은 낳았을 거에요"
최요삼은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민체육센터에서 10살이나 어린 터키아트 잔딩(태국)에 판정승을 거두고 WBO(세계권투협회)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 2002년 WBC(세계권투평의회) 세계챔피언을 잃은 뒤 5년만의 벨트다. 비록 세계챔피언은 아니지만 무관(無冠)으로 지낸 힘든 5년 세월만큼 값지다는 최요삼이다.
하지만 크지 않은 영광 뒤 상처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무거워진 나이에 대한 자각이다. "지난해 12월 복귀전 이후 5번째 치르는 경기인데 가장 힘들었어요. 타이틀전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이만큼 내가 오래했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죠. 경기 다음날인 오늘이 예전같지 않게 후유증이 크네요."
▲"권투로 성공했는데 이제는 권투가 성공하도록 뛰는 게 당연하죠"
마라톤, 권투, 탐험... 일반인의 상식으로 사뭇 이해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최요삼도 그렇게 힘든 복싱을 하는 이유가 있다. 성취욕과 자기 극복의 희열이다.
여기에 이제 최요삼의 손발에는 책임감의 모래주머니가 더해졌다. 최용수, 지인진 등 전현 세계챔피언들이 이종격투기 K-1무대로 떠나는 국내 복싱계의 현실이다. 사실상 최요삼은 마지막 남은 스타급 복서다. "용수형이나 인진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권투의 중흥이 오리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권투로 세계챔피언도 됐는데 이제는 넥스트 챔피언이 나오도록 희망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35살의 세계챔피언, 가능할까?
최요삼의 남은 목표는 생애 2번째 세계챔피언이다. 일정이 잡히는 대로 WBO 챔피언 오마르 안드레스 나르바에스(32. 아르헨티나)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요삼은 우리 나이로 35살, 조지 포먼 등 40대에도 활약한 외국 복서들이 있지만 역시 적지 않은 나이다. 게다가 지난해 복귀전까지 2년여의 공백까지, 본인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최요삼에게 세계챔피언은 자신만의 목표가 아니라 후배들의 희망이다. 지난 1994년부터 최요삼과 함께 해온 조민 숭민체육관장도 "요삼이의 장점은 확실한 목적의식이다. 후배들을 위한 목표가 강한 만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는 자연히 지게 마련"이라는 최요삼은 "하지만 붉게 물든 하늘을 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도록 짙은 노을을 만들고 가겠다"며 자못 준열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