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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안정환(31,수원 삼성)이 보이지 않는다.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에서 6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는 수원에서 안정환은 이방인처럼 비켜 서 있다. 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올 시즌 프로축구 흥행에 앞장서 줄 것으로 기대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화려한 부활을 꿈꿨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위기의 계절
최근 안정환은 위기다. 팀이 6연승에 시동을 건 지난 달 11일 부산전에는 선발 출장했지만 선두 다툼의 분수령이었던 15일 성남전에서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래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19일 FC 서울전에는 대기 선수로 이름을 올리고도 끝내 차범근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이후 대구(25일), 전남(29일), 제주전(9월 2일)에는 잇따라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가 서야 할 스트라이커 자리는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 출신 하태균이 차지했고, 하태균이 없으면 서동현, 박성배 등이 출전하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것이다.
▲희미해지는 차범근 감독의 기대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전반기까지만 해도 안정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꾸준히 컵 대회에 출전시키며 컨디션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요즘은 더 이상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하태균 등 신예들을 과감하게 기용, 더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차 감독은 성남전 엔트리에서 안정환을 뺐을 때 “명성이나 팀 내 비중으로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했으나 지난 2일 제주전을 마친 뒤에는 안정환을 출전시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어린 선수들이나 다른 주전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모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만 해도 안정환을 엔트리에서 빼는 문제로 고민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그를 기용하는 게 모험이라고 여기는 셈이다.
안정환이 주전 경쟁에서 밀린 이유는 그의 장기인 득점력을 잃어버린 탓이 크다. 안정환은 정규리그와 컵 대회에 10경기씩 출전, 모두 5골을 기록했다. 지난 3월 14일 대전과의 컵 대회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할 때만 해도 ‘반지의 제왕’이 되살아 날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으나 그의 득점포는 지난 5월 30일 컵 대회 성남전을 끝으로 휴업상태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단 한골도 기록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심각하다.
수원이 안정환에게 불만스러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움직임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 골을 넣지 못하면 부지런히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공격에서 수비 전환시 최전방에서부터 압박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마저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라운드에서 더 많이 뛰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체 컨디션은 정상, 심리적인 문제
차범근 감독은 안정환에 대해 “전반기와 비교하면 눈에 보일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밝힐 만큼 신체적인 컨디션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는 반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달 19일 FC 서울전을 마친 뒤에도 “몸은 정상적이기 때문에 심리 컨트롤만 잘 하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원 관계자들도 “안정환이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뭔가에 쫓기는 듯 불안해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차범근 감독이 그를 잇따라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정신적인 재무장을 요구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하지만 이같은 충격요법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수원 관계자들은 지난 시즌 후배 박호진과의 주전 경쟁에 내몰렸다 되살아난 이운재와 같은 성공 사례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패할 확률도 크다. 필드플레이어의 경우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면 실전 감각을 상실, 경기력 자체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전 국가대표 감독들이 프로 리그에서 실전에 투입되는 정도를 대표팀 발탁의 잣대 가운데 하나로 삼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수원이 안정환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 큰 경기, 특히 결정적인 순간 번득이는 그의 골결정력이다. 정규리그는 6경기 밖에 남지 않았지만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등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이때 안정환이 한몫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안정환 스스로도 결정적일때 그의 존재가치를 알려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베어벡 감독으로부터 아시안컵 대표팀에서 내침을 당한데 이어 K리그에서도 시련을 겪고 있는 안정환이지만 팬들은 아직 그가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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