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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지난 8일 워싱턴전서 756홈런 신기록을 세운 배리 본즈는 경기를 중단하고 열린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고인이 된 "아버지(바비 본즈)~"를 외치면서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습니다. 그에겐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거듭, 거듭해서 말한 팬들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그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샌프란시스코 팬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정말 환상적입니다"라고 하더니 사흘 전 행크 아론과 타이를 이룬 755홈런을 쳤을 때 기립박수를 쳐줬던 샌디에이고 팬들을 다시 한번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고 의례적인 인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잔뜩 상기된 그의 표정에서 묻어 나온 것은 참으로 '진정한 감사'였습니다.
'싸가지 없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왜 안 그랬겠습니까. 원정지 구장에 설 때마다 들려 오는 갖은 비난과 야유, 조롱과 욕설, 또 그의 기록에 ‘비공인의 *표’를 붙여야 한다는 플래카드 물결, 심지어 주사기 바늘 같은 이물질들까지 날아올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는 부모로서 참담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8세 막내 딸 아이샤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수많은 팬들이 퍼붓는 야유를 듣고 와 울면서 "왜 사람들이 아빠를 욕하느냐?"고 물어왔을 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던 답답한 속내를 한탄했습니다.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또 어땠나요? 샌디에이고에서 754호 홈런을 쏘아 올렸을 때 현장에 있었던 그는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분위기 속에서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애써 딴 곳을 쳐다보며 입만 벌린 채 떨떠름한 표정이었습니다. 거기에 굳이 안 해도 될 '무죄 추정의 원칙'까지 운운하더니 결국 다른 사람을 샌프란시스코로 보내고 정작 신기록이 터지자 달랑 전화 한 통화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약물 복용을 했다고 해서 누구나 755개의 홈런을 치는 것은 아니다”며 옹호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린치(私刑)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휴스턴 투수가 ‘다른 구장에 가서 홈런을 치라’며 5개의 공을 내리 몸쪽에 꽂아 맞춘 것은 이미 위협구가 아니라 살인구였습니다.
더욱 뜨악했던 것은 휴스턴 팬들이 퇴장당해 내려오는 그 투수를 기립박수로 환영하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불과 4경기 출장 정지의 솜방망이 징계만을 내린 일입니다.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제시 잭슨 목사는 ‘그라운드 테러’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9년 전 마크 맥과이어가 로저 매리스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깼을 때 미국 전체가 들썩이고, 본즈가 그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던 2001년과도 비교조차 안 되는 냉대. 그래서 본즈가 피츠버그에서 데뷔했을 때 감독이었고, 누구보다 그를 옹호해 온 짐 릴랜드 디트로이트 감독이 “모두가 축복해 줘야 하는 일인데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고 말한 이 적막강산은 누구의 탓인가요? 본즈 자신이 원죄입니다.
그는 이유가 어찌됐건 무엇보다 약물이란 거짓과 위선의 무화과를 따먹었습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동산에서 쫓겨나 왕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그가 더 많은 홈런을 쳤음에도 베이브 루스나 행크 아론과 구분되는 치명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기록을 예외로 해야 한다는 *표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일 근거입니다.
본즈의 약물 편향성은 맥과이어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난 뒤 자신의 안드레스테디온이라는 약물 복용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바로 끊어 버린 것과 사뭇 대조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본인의 귀책사유인 약물 복용에 청소년에게 끼치는 반사회적인 폐해로 뒤범벅이 된 본즈의 죄는 연방대배심에서의 위증 혐의, 애인의 생활비 조달을 위한 세금 포탈이라는 야구 외적인 치부까지 겹쳐 정작 새로운 홈런왕에 등극하고도 '어물전 꼴뚜기' 취급을 받는 벌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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