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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올 초부터 침체와 위기론에 시달린 한국 영화 시장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를 맞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1일 개봉한 ‘스파이더맨3’를 선두로 2주 내지 3주 간격으로 7월까지 한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거의 융단폭격에 가까운 한국 시장 공략의 선두주자는 ‘스파이더맨 3’. 3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자랑하며 1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됐다.
◇ '스파이더맨 3', 전국 스크린 최대 700개 점령 추정
극장가에서는 ‘스파이더맨 3’가 흥행 대작의 부재로 위축된 분위기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효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스크린을 장악하며 한국 영화 시장을 위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파이더맨 3’의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측(이하 소니)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지적을 우려해서인지 1일 개봉 때 230개 프린트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최근 디지털 상영과 프린트 한 개로 여러 상영관에서 영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감안하면 약 400~500개(‘스파이더맨 3’의 홍보사 예측 결과) 스크린 점유가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영화계 내에서 예측하는 숫자는 이보다도 많다. 지방 극장들이 공공연하게 스크린 독과점 제한을 위반하더라도 ‘스파이더맨 3’를 상영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전국적으로 대략 600개에서 많게는 7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난 해 스크린 독점 논란을 일으켰던 '괴물'의 620개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전국의 스크린수를 1830개 정도(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로 볼 때 '스파이더맨 3'가 전체 극장의 40% 가량을 점령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소니 측은 “일반 블록버스터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 홍보 관계자는 "‘스파이더맨 3’의 물량 공세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 홍보 면에서 국내 개봉한 역대 시리즈의 최고 수준 같다”고 말하며 걱정스런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 '캐리비안의 해적' 등 다른 블록버스터도 시장 공략 본격화
'스파이더맨 3'에 이어 24일에는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개봉된다.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는 최근 한 영화주간지의 조사 결과 일반 관객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기대치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꼽혔다.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홍보 담당자는 “최근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홍보 규모 면에서는 ‘스파이더맨 3’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렇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어느 해보다 강력하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에 대해 한국 영화인들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영화 ‘아들’ ‘밀양’ ‘황진이’로 각각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슈렉’과 맞붙는 배급사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일부러 맞불을 놓은 것은 아니지만 배급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그런 모양새가 됐다”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양질의 영화로 승부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파이더맨 3’나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물러가도 ‘슈렉’(6월6일), ‘오션스13’(6월14일), ‘다이하드4’ ‘트랜스포머’(6월28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7월12일) 등이 숨 쉴 틈 없이 몰아닥치게 된다.
관객 입장에서는 ‘골라 보는 재미’가 있을 블록버스터들의 릴레이 개봉이 한국 영화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7월 판가름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