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POP콘]방탄소년단 슈가, K팝 솔로 최초 기록과 논란 사이

韓 솔로 최초 빌보드 앨범, 싱글 차트 동시 진입
짐 존스 샘플링→베트남 정부 비하 의혹?
빅히트 "사실무근", "몰랐다" 선긋기 대응 도마
  • 등록 2020-06-07 오전 9:50:00

    수정 2020-06-07 오전 9:5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데일리가 한 주 간 쏟아진 팝가수와 빌보드 이슈들을 모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약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매 주말 주간 팝소식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D-2’의 타이틀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솔로 믹스테이프 앨범 ‘D-2’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서 한국 솔로 가수 최초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 솔로 가수 중 4번째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도 진입하는 겹경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요, 혹은 보수적인 대응이 키운 자승자박(自繩自縛)인 걸까요?

이런 좋은 소식들과 별개로 이번 앨범 수록곡 샘플링 음원에서 비롯된 그의 논란과 소속사의 대응에서 비롯된 비판적 여론은 그 안에서 점점 곪아가는 듯한 추세입니다. 관련한 또 다른 의혹 등장과 함께 말이죠.

韓 솔로 최초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 동시 진입 쾌거

좋은 소식들부터 들어보죠.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6일자 음원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란 예명으로 발표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비상업적 용도로 발매된 비정규 음반) ‘D-2’의 타이틀곡 ‘대취타’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76위에 진입했습니다.

빌보드 차트는 영국의 오피셜 차트와 함께 세계 팝 시장을 주도하는 양대 산맥 차트로 꼽힙니다. ‘핫100’은 팬덤 규모 및 앨범 판매 수익을 기반으로 순위 당락이 가려지는 것으로 알려진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달리 노래 자체의 대중성이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차트입니다. 이 때문에 K팝 가수들이 현지 대중성에 민감한 이 차트 순위에 진입하는 게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죠.

‘대취타’를 샘플링해 만든 슈가(어거스트 디)의 ‘대취타’는 꽹과리, 태평소를 비롯 한국 고유의 전통 악기들과 세련되게 어우러진 트랩 비트(Trap Beat)가 묵직한 특징을 지녔습니다. 자연스런 동서양의 조화가 일품이죠. 무령지곡이라고도 불리는 ‘대취타’는 선조의 기개를 느끼게 하는, 기운차고 장엄한 곡인데 그는 힙합 장르로 이런 기운을 옮겨왔습니다.

슈가는 조선시대 임금의 거둥과 군례(軍禮)에 주로 연주되던 전통 행진음악 ‘대취타’란 생소한 소재와 한국적 정서가 배인 가사, 가락으로 이 차트에 진입하는 쾌거를 누렸습니다. 슈가는 K팝 솔로가수로서는 4번째로, 방탄소년단 개별 멤버 기준은 2번째로 이 차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서 싸이가 지난 2012년 ‘강남스타일’로 ‘핫100’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싸이의 ‘젠틀맨’(5위), 2014년 ‘행오버’(26위), 2016년 씨엘의 ‘리프티드’(94위),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치킨 누들 스프’(81위)가 있죠.

이번 성과가 눈에 띄는 것은 이 타이틀곡의 앨범 ‘D-2’가 불과 이틀 전 ‘빌보드 200’에서 11위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솔로 가수의 앨범과 타이틀곡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에 함께 진입한 것은 한국 솔로 가수 중에서 슈가가 처음입니다. 메인 앨범 차트 순위도 한국 솔로 가수 중 최고 순위죠.

빌보드 내 다른 차트 순위도 순항 중입니다. ‘월드 앨범’, ‘인디펜던트 앨범’ 차트 1위에 ‘톱 앨범 세일즈’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 차트 2위, ‘아티스트 100’ 차트 4위, ‘빌보드 캐나디안 앨범’ 차트 12위, ‘빌보드 캐나디안 핫 100’ 차트 100위 등에 올랐습니다.

(왼쪽부터)방탄소년단 슈가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 앨범재킷사진, 미국의 사이비종교 교주 짐 존스.
짐 존스 샘플링→베트남 정부 비하?…빅히트 “사실무근”

문제는 승승장구 행보와 별개로 논란 역시 끊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논란에 대처하는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응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죠.

최근 슈가가 미국의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연설을 샘플링했다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현 베트남 정부를 비하하는 단어가 쓰인 연설이 곡에 삽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짐 존스 연설 샘플링으로 논란이 됐던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에서 짐 존스의 음성 뒤에 바로 베트남에서 독재자이자 민족 반역자·전범으로 악명을 얻은 응오딘지엠의 음성이 이어진다는 의혹입니다.

지난 4일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이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에 따르면 해당 음성은 ‘어떻게 생각해’의 도입부 11~17초 부분에 등장하며, 한국어 해석으로는 ‘저희 남부 민족들이, 비엣공’이란 대목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 현지 누리꾼들은 삽입된 음성의 단어나 호칭이 현재 베트남 정부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응오딘지엠의 연설 음성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비엣공’은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베트콩’과 같은 단어로,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베트남 정부가 바로 이 북베트남 사회주의 정부 계보를 잇고 있는 만큼 해당 단어로 스스로를 지칭하기는 어렵다는 추정입니다.

한 누리꾼은 “한국이 베트남 전쟁 때 남부 베트남을 지원했기 때문에 응오딘지엠은 한국 건국훈장 수훈자”라며 “조사를 했다면 정말 얕은 조사를 한 것 같다. 현재 베트남 정당은 전쟁 당시 북쪽이라 현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범자 목소리를 삽입해 간접적 반정부를 옹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응오딘지엠의 음성이 아니었더라도 현지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이 음성에 ‘비엣공’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면 정통성을 잇고 있는 현 베트남 정부와 국민 전체에 대한 비하로 비춰질 여지가 있는 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빅히트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앞서 빅히트는 슈가가 이번 믹스테이프의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전반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앨범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What do you think?)에서 불거졌습니다. 곡의 도입부에 삽입된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란 대목이 짐 존스의 육성 그대로 담겨 있던 것이죠.

짐 존스는 미국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의 교주이자 1978년 11월 900명이 넘는 신도들을 착취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존스타운 대학살’의 주범으로, 미국 역사상 희대의 살인마로 악명이 높습니다.

짐 존스의 연설 음성을 사용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가수의 행태로서 부적절하다는 비난 여론이 제기되자 빅히트 측은 “해당 곡의 트랙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선정 및 검수 과정에서 내용상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다. 상처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이 곡에서 짐 존스의 음성 부분은 삭제된 상태이지만, 슈가가 이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이전 반응과는 다른 소속사의 선긋기식 대응에 실망한 대중이 적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9일 슈가가 믹스테이프 발매 기념 브이앱 라이브에서 이 앨범을 만든 배경을 설명하던 중 발언한 내용도 뭇매를 맞았습니다. 당시 “(이 앨범을 내놓을 수 있던 건)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덕분”이라며 “아마 투어를 하고 있었다면 뮤직비디오도 못 찍었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 때문입니다. 그 후 해당 발언과 더불어 짐 존스 연설 샘플링 논란과 관련한 추가 해명 요구에도 빅히트는 “처음 낸 입장 외에는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팬들은 ‘사실무근’ 혹은 ‘선긋기’식의 보수적 대응을 고수하는 빅히트의 행보를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무조건 사실무근이라거나 멤버 개인과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고 논란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특히 짐 존스의 연설이라든가 베트남 정부 비하 추정 음성과 같은 의혹에 대한 대응은 방탄소년단 노래의 리스너들이 더 이상 한국 팬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팬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더 기민하고 솔직, 신속하게 반응해야 하는 부분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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