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채로 맞아 손가락뼈 골절" 심석희가 직접 밝힌 악몽의 기억

  • 등록 2018-12-19 오전 7:25:37

    수정 2018-12-19 오전 7:36:38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이 부러졌다”,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폭행당했다”

무슨 액션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스타 심석희(21·한국체대)가 직접 당한 폭행 피해 사실이었다.

심석희는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 법정동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심석희가 털어놓은 폭행 피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21살 여성이 겪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증언 내내 심석희의 눈에선 눈물이 멈출줄 몰랐다. 기억하기 싫은 악몽과 고통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증언을 시작한 심석희는 “피고인(조재범 전코치)은 내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 폭언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조재범 전 코치는) 밀폐된 곳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다.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이 고막이 찢어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 전엔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폭행당했다”며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그동안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변호사를 통해 증언을 대신했다. 하지만 이날 용기를 내 직접 증인으로 나섰다.

심석희는 “그동안 피고인과 마주쳐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서지 못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용기 냈다”고 말했다.

이어 “(조재범 전 코치는)경기나 훈련 중 폭행 사실을 부모님을 포함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했다”며 “피고인이 같은 범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지난 1월 16일 훈련 도중 심석희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전치 3주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엘리트 스포츠 성적 지상주의와 폐쇄된 대표팀 운영방식으로 인해 오랜 기간 숨겨져왔다. 하지만 심석희가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평창올림픽 직전 선수촌을 이탈하면서 만천하에 알려졌다.

빙상연맹은 심석희가 대표팀을 이탈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했을때 ‘선수가 감기몸살에 걸려 병원에 갔다는 거짓보고를 하기도 했다.

폭행 가해자인 조재범 전 코치는 지난 9월 19일 심석희를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상습상해 등)로 불구속기소 됐다.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최민정 등 현재 국가대표팀 간판 선수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친 인물이다. 심석희의 말대로라면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할 때부터 심석희는 폭력에 노출돼있던 셈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심석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재범 전 코치 밑에서 쇼트트랙을 배운 선수는 긴 시간 동안 수백명에 이른다. 조재범 전 코치가 저지른 악행이 알려진 것 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조재범 전 코치가 월드컵 대회에서 심석희의 경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스케이트 날을 일부러 다른 것으로 바꿨다는 증언도 나왔다. 폭행 사건으로 자격정지를 당한 뒤에도 평창올림픽 동안 강릉아이스아레나를 찾아 특정 선수를 몰래 지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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