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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도 크게 떨어지는데다 산적한 법적 절차까지. 새 구장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트리는 난제들만 가득한 곳에 야구장이 들어서게 됐다. 팬들과 야구계를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야구인들은 “NC만이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수모를 당한 날”이라며 분개했다.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장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연고지 이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NC는 일단 현 마산구장에서 야구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이나 전주 등이 새로운 연고지 후보로 떠올랐지만 NC 입장에선 선뜻 모험에 나서기엔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 대안 제시가 없으니 창원시의 일방통행이 수정될 가능성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로 간다면 수도권에만 6개 구단이 몰리는 기형적 구조가 된다. 인구 비례 등 수치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어도 이미 수도권은 새로운 팀이 뿌리내리기엔 너무도 단단한 팬층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전주는 아직 흥행성이 검증된 바 없는데다 역시 신 구장이 공약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창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창원시를 압박할 카드로는 두 곳 모두 힘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NC는 그동안 창원에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지역 학생 야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다 많은 아이들이 야구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다. NC 상품을 판매하는 루트를 다양화하며 시민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루 아침에 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잠깐. 연고지 이전이라는 메가톤급 카드를 쓰면서도 NC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한 곳 더 있다. 하지만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바로 부산이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 부지로 진해를 선택하자 많은 창원, 마산지역 팬들은 “차라리 사직 구장으로 가는 것이 훨씬 편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통이나 도로 상황이 오히려 부산으로 가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창원시에 인접한 부산은 그동안 NC가 공들인 팬들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야구 열기 또한 최고다. 롯데 팬이 절대 다수지만 롯데를 사랑하는 것 못지 않게 야구를 아끼는 팬들이 많다. 롯데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 부산에서 열리는 야구 경기는 그런 팬들에겐 또 하나의 축제가 될 것이다. 신생 구단이 이보다 더 안정적으로 붐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또한 부산은 이미 새 구장 건설 계획을 진행중이다. 허남식 부산 시장은 지방선거 당시 돔 구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사장 또한 “적어도 10년 내에 부산에 새 야구장이 지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잠실 구장 처럼 일단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야구단을 꾸리고 새 구장이 건설되면 한 팀이 옮겨가고 사직 구장을 다시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산만이 당장의 NC 문제를 해결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상식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는 절대 지금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판을 깨는 혁명적 발상으로 대처법을 찾지 않는다면 그저 지금처럼 끌려다니는 수 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비단 NC만이 겪는 고통이 아니다. 지자체의 일방통행적 행정은 이미 프로야구의 성장에 큰 방해물이 되고 있다. 잠실 구장에선 이제 자선 야구 경기를 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광고권이 이미 모두 넘어가 있어 이벤트 경기 때도 스폰서를 유치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LG와 두산이 마케팅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관중이 늘어나는 것이 무작정 반갑지만은 않은 기현상이 우리 프로야구에선 벌어지고 있다.
NC 사태에 기존 구단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지금 중요한 건 당장 올해 팀이 몇등을 하느냐가 아니다. 프로야구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눈 앞의 이익만 생각하며 안주하고 외면하면 지금의 칼날은 언제든 다시 한국 야구와 기존 구단들을 향하게 될 것이다.
단합된 힘과 창조적인 아이디어,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