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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준은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 온 당신`(극본 박지은·연출 김형석)에서 한 물간 스타 윤빈 역을 열연 중이다. 그의 `능청 연기`가 화제다. "아이고, 만나는 어르신마다 극 중 윤빈처럼 `진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30만 원 짜리 옥탑방 사냐?`고 물어 당혹스러워요, 하하하." `넝쿨째 굴러 온 당신`에 가수 김원준은 없었다. `모두 잠든 후에` `언제나` `너 없는 동안` `쇼` 등으로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아이돌 스타. `빛바랜 스타`를 연기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다 과정이죠." 올해 마흔이 된 김원준. 그는 한 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과정"이라는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망가진 스타` 윤빈 연기가 `실감 난다`는 평이다. `실제 김원준의 모습 같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다
▲적잖은 분들이 진짜 내 얘기인 줄 알더라. 나도 놀랐다. 당연히 내 얘기는 아니다. 난 안경점에서 행사해 본 적도 없다. 매니저를 때린 폭력 가수도 아니다.(웃음) 처음에는 곤혹스럽더라. 그래도 연기를 실제처럼 받아들여 주시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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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많이 했다. 내 얘기처럼 비치지 않을 까란 걱정이었다. 제작진 섭외 왔을 때도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제작PD가 KBS 본관 앞에서 날 붙들고 `윤빈을 맡아야 한다`며 설득했다. 윤빈을 통해 `희망적인 멘토가 돼달라` `희망을 전해달라`면서. 그때만 해도 `왜 그게 굳이 나여야 하지`란 생각이었다. 그러다 `생각해볼게요`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제작 PD 얘기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막상 결정하고 나니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만 하면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내 모든 걸 내려놓고 윤빈을 연기했다. `김원준답게 해야 돼`라는 생각이었으면 아마 딜레마에 빠졌을 거다. 지인들 대부분 드라마 초반에는 다 내게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다 이제는 많은 사람의 반응이 `느낌표`로 돌아왔다.
"미사리 카페에서 잘리는 모습 서글프더라." -드라마 속 윤빈 얘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윤빈이 미사리 카페에서 잘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이 `다른 사람 구했어. 나가. 이제 나오지 않아도 돼`라고 하는 데 윤빈이 `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라며 하며 울컥하는 신이다. 정말 찍으면서도 서글프더라. 장군(곽동연 분)이와 옥상에서 라면 먹으며 한 얘기도 생각난다. 장군이가 아버지(김상호 분)한테 `동생이 태어나면 저도 한물가겠죠.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 받아들이기 쉽지가 않다. 저도 알아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야겠죠. 인기 절정의 뽀로로를 쓸쓸하게 바라보는 텔레토비처럼`이라고 하면 윤빈이 `학생, 나 그 마음 알 거 같아`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아, 진짜 울컥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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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코스프레는 오마주로 봐달라." -`서태지 코스프레`가 인상적이더라
▲정말 즐기면서 했다. 난 태지형에 대한 `경외`가 있다. 나도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 듣고 자랐으니까. 일종의 `오마주`란 생각으로 찍었다. 그래서 가발도 안경도 똑같이 구해 찍었다.
"양정아는 포수..내 연기 잘 받아줘" -양정아가 `윤빈앓이`중인 팬으로 나온다. 연기 호흡이 잘 맞는다
▲누나(양정아)는 야구로 따지면 포수 같다. 정말 (내 연기를)잘 받아준다. 누나 때문에 내 부족한 연기도 정극으로 사는 것 같다. 내 연기에 대한 `구질` 조절도 해준다. `여기선 이렇게 해봐` 식으로. 최근에 `서태지 코스프레`하고 공항신 찍었을 때도 누나의 도움이 컸다. 애초에는 누나가 일본팬 흉내를 내며 일본어로 인사하면 내가 깜짝 놀라서 버벅거리는 신이었다. 그런데 누나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스타라면 간단한 일본어 정도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며 의견을 제시했고 나도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쪽으로 연기했더니 그게 방송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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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윤빈이 궁금하다 ▲윤빈이 처절하게 망가지더라도 막판에 꿈을 이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다. 힘들어하고 있다. 윤빈이 조금이라도 그런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려졌으면 하는 욕심이다.
"결혼? 요즘 기도 주제다." -이제 `불혹`이다. 결혼이 늦었다
▲요즘 내 기도 제목이 `좋은 짝 만나게 해달라`다. SBS `짝`도 자주 본다.(웃음)
-윤빈 이후 `김원준의 쇼`는 계속될까
▲윤빈도 내 (인생)과정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김원준을 다큐멘터리처럼 본다. 하지만, 그룹 베일 활동하면서 나도 껌도 씹었고 침도 뱉었다.(웃음) 음악 속에서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물론 작업도 계속할 생각이다. 배우로서는 내 반듯한 이미지와는 다른 역할을 꿈꾼다. 사실 윤빈 이전에는 제의 오는 작품마다 말끔한 실장님 캐릭터가 많았다. 선하고 포옹심 많은 그런 캐릭터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윤빈을 연기했다. 나도 예상치 못한 변화다. 앞으로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 영화 `카피캣` 속 연쇄살인범 헤리코니어 주니어 같은. 내 마음속은 항상 꿈뜰 거리고 있다. ▶ 관련기사 ◀ ☞`넝굴당` 김원준, 서태지 공항 패션으로 관심 끌기 `성공` ☞`넝굴당` 김원준, 자아도취 허세남 등극 `폭소` ☞김원준, `넝굴당` 6회 첫 등장..`원조 빈 오빠, 새바람 예고` ☞양정아, 김원준과 연인 호흡 "박소현이 칭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