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닮은 김윤아의 이중적 매력(인터뷰)

6년 만에 솔로 3집 '315360'···"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작업"
서른 여섯의 여자 그리고 엄마로서의 고백
  • 등록 2010-06-09 오전 8:30:07

    수정 2010-06-09 오후 2:02:25

▲ 가수 김윤아(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가수 김윤아(36)는 '숲'을 닮았다. 녹음이 어우러진 숲에는 생명력이 가득한 듯 보이지만 스산함이 동시에 숨어있다. 프랑스 출신 유명 작가 미셀 트루니에는 수필집 '외면일기'에서 숲의 음침함에 대해 '나무들이 서로를 미워하며 저마다 공간과 빛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숲 속에 들어가면 강제수용소 같은 증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바라봤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빛이라면 솔로 김윤아는 그림자다. '헤이 헤이 헤이'·'매직 카펫 라이드'·'하하하송'. 자우림의 김윤아가 유쾌·발랄했다면 '봄날은 간다'·'야상곡'의 솔로 김윤아는 침잠의 이미지가 강하다.

6년 만에 솔로 3집 '315360'으로 돌아온 김윤아. 하지만 그의 이번 음반에는 김윤아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보여준 음반"이라는 게 김윤아의 말. 그녀는 우연찮게도 음반 재킷 속에서도 숲 속에 갇혀 있었다. 6월의 이른 여름 볕이 유난히도 따뜻했던 어느 날. 김윤아는 행복하면서도 슬펐던 자신의 음악 그리고 일상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환한 미소와 그늘을 동시에 머금은 채.

-6년 만의 솔로 음반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 그간 자우림 7집과 미니 음반이 나와 일은 계속했다. 인생의 솔로(아들 민재 출산)가
나오기도 했고.(웃음)

솔로 3집은 지난해 늦여름부터 시작했다. 음반에 대한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있다. 자우림 하면서도 계속 솔로 음반에 대한 구상을 해왔다.

-음반 제목이 '315350'이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시간(36세×365일×24시간)을 뜻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음반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하다.

▲ 이번 음반에는 내 경혐을 가사에 녹였다. 나한테 전에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스타일의 작업이었다. 음반을 관통하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내 인생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음반이었기에 그렇게 지었다.

-자신을 드러낸 김윤아, 변화가 느껴진다.

▲ 나에게도 생소한 접근이자 결과물이다. 내가 지금까지 음악을 업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지지해줬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되돌아 보니 이 부분이 해가 지날수록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지지에 용기를 얻어 '그래, 이제 너를 드러내도 돼'란 용기를 얻은 것 같다.

-'315350'은 김윤아의 '민 낯'이다. 타이틀곡 '고잉 홈'(Going Home)은 사기를 당한 남동생의 이야기를 다뤘고 '에뜨왈르'는 엄마가 되면서 느낀 신비로운 체험을 가사에 녹였다. '검은강'은 김윤아 특유의 어두움이 노래에 짙게 베여있다. '캣 송'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위한 일종의 진혼곡이다.

▲ '검은 강'과 '캣 송'이 사실 가장 내 본질에 가까운 노래다. '검은강'에서 다루고 있는 테마는 아주 오랫동안 괴롭히고 있는 풀리지 않은 나의 화두이기도 하고. '왜 인간은 이렇게 어리석을까', '왜 사람은 이렇게 살고 있을까'가 내가 천착하고 있는 테마다.

-솔로 음반이 나올때마가 김윤아의 팬들은 가사에 집중한다. 김윤아의 스토리텔링에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 나는 쓸 데 없이 눈이 높다. 문학을 좋아해 보는 눈은 있으나 글 쓰는 함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가사 쓸 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웃음) 문학과 음악을 동시에 좋아하다보니 좀 더 진중하게 접근하자는 생각을 항상 안고 산다. 음과 언어의 궁합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고.
▲ 가수 김윤아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음악할 만한 곳이다'란 말을 한 적이 있다. 김윤아와 비슷한 또래 혹은 연배의 뮤지션들은 '대한민국 음악시장은 죽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의 발언이다.

▲ 나는 음반 시장이 안좋았을 때 데뷔했다. IMF 이후 데뷔했으니까. 자우림 데뷔 음반도 2만장 정도 나간 걸로 알고 있다. 그 전에는 50만장 이렇게 나가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 형편없는 스코어다. 그래서 음반 시장이 호황일 때 승승장구 하던 가수들에 비해 난 그 체감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자우림은 항상 아웃사이더였다.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본적이 없고 음반 판매량에서 10위권에 든 적이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솔로가수로서는 올해가 횟수로 데뷔 10년차다. (김윤아는 지난 2001년 첫 솔로 음반을 냈다.)

▲ 짬짬이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자우림의 김윤아는 사실 여자 김윤아의 일부이긴 하지만 나와 다른 구석이 많다. 일종의 페르소나(가면)라고 할까. 하지만 자우림은 나에게 각별하다. 멤버 네 명이 모일때면 입을 모아 '우린 현재진행형인 청춘'이라고 할 정도니까. 그래서 없던 힘도 생긴다. 하지만 자우림에만 갇혀 자아를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을 솔로로 풀고 있는 것 같다.

-소속사를 옮겼다. 자우림 멤버 구태훈이 대표로 있는 사운드홀릭으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

▲ 배려를 많이 해준다. 너무 많이 해줘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투자를 많이 해주니 거꾸로 걱정도 된다.(웃음)

-자우림 음반은 언제쯤 나오나.

▲ 내년 가을 이후가 될 것 같다. 지금 구상중이다.

-최근 운영하고 있는 미투데이를 보니 6·2 지방선거에 대해 재미있는 글을 남겼더라. '나의 짧은 고민이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 모두 후보를 결정하려고 연구하고 있지? 면접도 없이 직원을 채용할 수는 없잖아!'란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고보면 사회적인 발언도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 내가 그랬나? 다만 내가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되도록 음악 안에서 소화하자는 주의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음악 안에서 시어로서 가치가 있을 때만 싣는다.

-최근 들어 뮤지션들의 사회적 발언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사회 비판적 노래도 그렇고.

▲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자우림)가 활동할 때만 해도 자기 생각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2000년대부터는 힙합 문화가 떠오르면서 더 거침없이 사회적 발언은 물론 자신의 생각을 가사에 싣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답변 하나에도 의미를 실어 순간을 놓치지 않았던 김윤아. 하지만 그녀에게 남편·아이 그리고 소박한 일상에 대해 물을 때면 솜사탕 같이 달콤한 단어들이 입에서 샘솟았다. 남편 김형규의 트위터 아이디인 벰베라베로(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괴인간)이야기를 할 때는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의외였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곡도 그렇고 예전보다 밝아진 느낌이다.

▲ 아무래도 두 남자(남편·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카리스마 있고 싸늘할 것 같은 모습과 달리 평상시에는 정말 허술한 사람이다. 그리고 남편의 영향을 받아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아저씨 개그도 하고. 내 안에 있는 독을 음악을 통해 뱉어 일상에서는 좀 더 행복하게 지내게 되는 것도 같다.

-아들 민재 얘기 좀 해달라. 이제 세 살이 됐을텐데.

▲프린스 MJ(민재의 영어 이니셜)라고 부른다. 난 MJ의 노예가 아닐까 싶다. 내가 섬겨야 하는 대상이니까.

-동안이다.

▲관리 안하다가 이번 음반 작업하면서 피부 관리를 받고 있다. 음반 사진 찍는데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 젊게 사는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가수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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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김윤아, 6년 만에 솔로 음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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