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도박단 꼭두각시 노릇…'스포츠맨십' 저버린 K3리그

한 경기당 100~250만 원, 스코어 지령까지 맞춰 승부조작
  • 등록 2008-11-22 오후 3:12:39

    수정 2008-11-22 오후 3:12:39

[노컷뉴스 제공] 중국의 사기도박단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해온 국내 축구선수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7월 14일 아마추어 축구리그인 K3리그가 열리고 있는 축구장.

그날 A팀 소속 축구선구 이모(28) 씨와 동료 선수들은 잦은 패스미스와 느슨한 수비로 상대편에 근소한 차이로 경기에 졌다.

하지만 경기장 한 켠에서 휴대전화로 경기를 중계하던 사람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도한 대로 스코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씨를 비롯한 축구선수들이 중국 사기도박자들과 결탁해 의도적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

이들은 한 경기당 100만 원에서 많게는 250만 원을 받고 3차례에 걸쳐 의도적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정확한 스코어까지 맞춘 것은 7대 0으로 완패한 게임.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더 쉬웠기에 일부러 패스미스를 남발했고, 수비를 느슨하게 해 상대방이 골을 넣도록 유도했다.

경찰은 “승패 여부 뿐 아니라 몇 대 몇으로 지라는 식으로 스코어 지령까지 내려졌다”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이처럼 국내외 각종 경기들의 승패여부와 스코어를 맞추는 도박이 유행처럼 퍼져있다.

중국 도박업자들은 프로축구 경기에 비해 팀이 많고, 선수들과 접촉이 쉬운 아마추어 축구 경기를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은 또 경기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조작하면 성과급을 지급해 주는 형식으로 선수들의 경기 조작을 의도했다. 경찰은 승부조작을 주도했던 축구선수 이 씨를 구속하고, 혐의가 뚜렷한 나머지 선수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의 도박업자와 선수들을 연결해주고 돈을 챙긴 브로커 김모(34) 씨와 박모(31)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처럼 한국 축구선수들과 중국의 도박업자가 짜고 경기결과를 조작한 경우는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면서 “농구나 배구 등 기타 스포츠업종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는 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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