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에서 이미지 변신한 탤런트 양정아

알깍쟁이 그녀, 알고보니 '소탈녀'
  • 등록 2008-10-24 오전 10:12:39

    수정 2008-10-24 오전 10:21:10

[조선일보 제공] 표독스럽고 차가운 여자 '소라 엄마', 알고 보니 결혼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후배들과 나뒹구는 '소탈녀'였다. 탤런트 양정아(37)가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를 통해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로맨틱한 결혼을 꿈꾸는 여자 연예인들 6명의 맞선 현장을 보여주는 이 코너에서 그는 맞선 기회를 얻기 위해 후배들과 거침 없는 몸싸움을 벌이며 망가지기 일쑤.

출연자 중 최연장자인 양정아는 "드라마에서 '알깍쟁이'처럼 보이던 제가 뜻밖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침대에 퍼져 누워 있기를 즐기는 '생활인' 양정아에게 붙여진 별명은 '저질 체력'. "하루 종일 카메라가 저를 따라다니니까 드라마 촬영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다"는 게 그의 변명이다.

김수현의 히트작 '엄마가 뿔났다' 속 악역 '소라 엄마'로 주목받았던 그는 데뷔 초 장동건, 심은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뻔했던 청춘 스타 출신이다. '우리들의 천국', 'M', '종합병원' 등에서 그는 신인급이었지만 당당한 주연이었다.

"탄탄대로였죠. 팬 레터가 하루에 200~300통씩 왔고. 학생들, 휴가 나온 군인까지 집 앞에 몰려들었으니까요. 일이 너무 쉽게 풀리니까 연기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없었고 연구도 하지 않았어요. 또 주연급이 아니면 출연 제의도 사절이었죠."

당시 그에게 '사랑을 그대 품 안에' 캐스팅 제의도 왔었다. 주인공인 신애라 친구 역. '잘나가던' 그는 "너무 자존심이 상해 안 하겠다고 했었다"며 "그래서 방송사 감독님들한테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PD는 그에게 "앞으로 너는 큰 배우가 되지 못하겠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과연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양정아는 슬럼프를 겪었다. 주연급 출연 제의는 줄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었다. 2년여간 그는 활동을 중단했다. 2000년대 접어들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비호감' 연기를 더 반가워했다. 삼겹살집을 운영하며 몸뻬 바지를 입고 남편과 수시로 육탄전을 벌이던 SBS '아내의 반란'(2005년) 속 필순 역할은 그 대표적 캐릭터.

"제가 생각하는 '양정아'와 대중이 생각하는 '양정아'가 천양지차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길었던 거죠. 이제 난 스타가 아니라 연기자니까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그는 아직 '큰 배우'는 아니지만 '꾸준한 배우'까지는 성장했다. 부모님과 함께 용인 수지에 사는 그는 3년여 전 한 집에 살던 어린 조카를 목욕탕, 놀이터 등에 데리고 다니며 직접 키우다시피 해 동네에 "양정아 숨겨놓은 아들이 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결혼이 꿈이다. 하지만 그는 "여배우라는 좋은 직업 또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결혼과 상관 없이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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