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중 최연장자인 양정아는 "드라마에서 '알깍쟁이'처럼 보이던 제가 뜻밖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침대에 퍼져 누워 있기를 즐기는 '생활인' 양정아에게 붙여진 별명은 '저질 체력'. "하루 종일 카메라가 저를 따라다니니까 드라마 촬영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다"는 게 그의 변명이다.
김수현의 히트작 '엄마가 뿔났다' 속 악역 '소라 엄마'로 주목받았던 그는 데뷔 초 장동건, 심은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뻔했던 청춘 스타 출신이다. '우리들의 천국', 'M', '종합병원' 등에서 그는 신인급이었지만 당당한 주연이었다.
"탄탄대로였죠. 팬 레터가 하루에 200~300통씩 왔고. 학생들, 휴가 나온 군인까지 집 앞에 몰려들었으니까요. 일이 너무 쉽게 풀리니까 연기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없었고 연구도 하지 않았어요. 또 주연급이 아니면 출연 제의도 사절이었죠."
과연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양정아는 슬럼프를 겪었다. 주연급 출연 제의는 줄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었다. 2년여간 그는 활동을 중단했다. 2000년대 접어들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비호감' 연기를 더 반가워했다. 삼겹살집을 운영하며 몸뻬 바지를 입고 남편과 수시로 육탄전을 벌이던 SBS '아내의 반란'(2005년) 속 필순 역할은 그 대표적 캐릭터.
그는 아직 '큰 배우'는 아니지만 '꾸준한 배우'까지는 성장했다. 부모님과 함께 용인 수지에 사는 그는 3년여 전 한 집에 살던 어린 조카를 목욕탕, 놀이터 등에 데리고 다니며 직접 키우다시피 해 동네에 "양정아 숨겨놓은 아들이 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결혼이 꿈이다. 하지만 그는 "여배우라는 좋은 직업 또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결혼과 상관 없이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