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비의 배고픔'과 두산-삼성의 가을 야구

  • 등록 2008-10-23 오전 9:36:05

    수정 2008-10-23 오전 9:36:05

▲ 가수 비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월드 스타' 비가 국내무대에 컴백했다. 요즈음 TV를 켜면 비의 해맑은 미소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는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왜 편한 한국이 아니라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배고픔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나 가난해서 늘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결국 어머니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아픔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는 것이다.

비의 어머니는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돈이 있었다면 인슐린 요법 등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그랬다면 생이별은 면할 수 있었다는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 또 치료는 커녕 진통제마저 맞지 못해 살을 에이는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나야 했다는 것이 아들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그는 늘 (현재와 미래를 포함한)경쟁자들보다 한걸음 더 앞서나가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말했다. 비의 마지막 말은 "지금 내가 자면 꿈을 꿀 수 있지만 깨어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였다.

이제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처음 예상처럼 두팀의 승부는 6차전 이후에나 갈리게 됐다.
▲ 김동주-김경문-선동렬-진갑용

두 팀의 승부가 길어지면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 있다. "충분히 쉬면서 기다리는 SK만 좋은 일 시키게 됐다."

틀린 말은 아니다. 플레이오프서의 총력전은 두 팀 중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가게 되더라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가 주는 피로도는 정규시즌의 몇배가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당장의 무거워진 어깨는 '패배'보다 괴로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2승을 먼저 거두고도 내리 4연패하며 대권을 SK에 넘겨줬다. 거의 손에 쥔 것 처럼 느껴지던 우승이었기에 실패는 더 아팠다. 

삼성은 2005년과 2006년 내리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엔 준플레이오프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영광이 너무 화려했기에 박탈감은 더욱 컸다. 

많이 힘겨워지기는 했지만 두산과 삼성은 여전히 우승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당장의 다소 버거운 현실에 굴복해 잠이 든다면 우승은 계속 꿈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내딛어야 하는 발걸음이 너무도 괴롭고 무겁다면... 1년 전 이즈음을 한번쯤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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