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영화 리뷰] '고고70' 젊음의 미덕, 청춘을 불살라라

▲ 영화 '고고70'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젊음 그리고 열정. 1970년대 인기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고고70’(감독 최호, 제작 보경사)은 주저리 설명을 늘어놓지 않으면서도 젊음의 미덕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배경은 젊은이들에게 허가된 것보다는 금지된 것이 많았던 1970년대.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거리를 나다니는 것조차 금지됐던 시기에도 열정을 불사르고픈 청춘들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고고70’은 시작된다.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에서 컨츄리 음악을 하던 상규(조승우 분)의 밴드는 당시에는 생소한 음악이던 소울 음악을 연주하던 만식(차승우 분)의 밴드와 합심해 6인조 밴드 데블스를 결성해 상경한다.

데블스는 서울에 올라와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 출전해 독특한 무대매너와 색다른 음악으로 음악계를 주름잡던 팝 칼럼니스트의 눈에 띄게 되고 통행금지 시간을 교묘히 이용해 야간 영업을 하던 클럽 무대에 올라 젊음의 에너지가 가득한 음악을 선보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된다.

상규를 쫓아다니다 대구에서 함께 올라온 가수 지망생 미미(신민아 분) 역시 여성 댄스팀 미미와 와일드 걸즈를 결성, 고고댄스와 고고패션을 유행시키며 트렌드 리더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 영화 '고고70'

모든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원하고 표현하고 싶어 했던 당시 젊은이들은 데블스의 음악에 열광했고 미미와 와일드 걸즈의 춤을 따라했다.

“니네들, 놀고 싶지?”라는 상규의 대사와 “통금 있는 밤이 너무 조용해, 좀 시끄러웠으면 좋겠어”라는 팝 칼럼니스트 이병욱(이성민 분)의 대사처럼 ‘고고70’은 맘껏 놀 수 없었던 청춘들이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열기를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낸다.

특히 10대의 카메라, 10명의 촬영감독, 게다가 라이브 공연 실황 녹음 장비까지 동원된 엔딩 부분 공연 장면은 실제 공연을 보고 있는 듯 역동적이고 생생하다.

조승우를 비롯해 촬영에 앞서 약 3개월에 걸쳐 연습을 거듭한 배우들은 100% 라이브로 노래와 연주 실력을 과시했고(만식 역의 차승우는 실제로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뮤지션이다) 수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받은 신민아는 몸을 사리지 않는 과격한 댄스 동작도 거뜬히 소화해내며 숨겨뒀던 매력을 발산했다.

‘고고70’은 어둠의 시대를 어둡고 암울하게만 그리던 것에서 벗어나 그 시대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유명한 소울 음악가를 알지 못해도 얼마든지 흥겹게 박수 치고 발박자를 맞추며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기운 없는 얼굴의 요즘 젊은이들이 신명을 느끼고 록 콘서트에서 재충전을 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는 최호 감독의 말처럼 ‘고고70’은 지친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10월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