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그 이후, 단단해져 돌아온 방재민 [인터뷰]

  • 등록 2021-03-01 오전 8:00:00

    수정 2021-03-08 오전 10:56:39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낸 20년이란 시간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한 2년이었어요.”

EP ‘동화 : 미련’과 함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래퍼 방재민의 말이다. 방재민은 2017년과 2018년 Mnet 고교 랩 대항전 ‘고등래퍼’ 시즌 1, 2에 연이어 출연해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깔끔한 랩 실력과 훈훈한 비주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고등래퍼’ 시즌2 이후 다이나믹듀오가 속한 아메바컬쳐에 둥지를 틀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웹드라마 ‘탑매니지먼트’를 통해 연기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9년 건강상의 이유로 아메바컬쳐와 계약을 해지한 뒤 공백을 갖게 되면서 지난 2년여간 방재민이 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데일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EP ‘동화 : 미련’을 발매한 방재민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앨범 작업과 건강을 챙기기 위한 운동, 그리고 알바를 병행하며 지내고 있었다”고 운을 뗀 뒤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근황이 궁금해요.

△원래 서울에서 자취를 했었는데 지금은 안산에 있는 본가에서 지내고 있어요. 앨범 작업을 하느라 살이 좀 찐 상태고요. (웃음). 운동도 하고 건강도 챙기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문제로 전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에 아쉬움을 표한 팬들이 많았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여유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건강에 무리가 왔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쌓인 것도 원인이었고요. 다행히 지금은 건강이 많이 좋아진 상태에요.

-지난 2년 동안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려고 했어요. 취미생활도 가져보고, 다양한 알바도 해봤죠. 최근까지는 양식 파스타 집에서 서빙 일을 했었어요.

-오랜 시간 활동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요.

△오히려 저보다 팬분들이나 지인분들이 더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조금 더 참고 열심히 했으면 잘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도 많이 들었죠. 그렇지만 전 지난 2년간 배움과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움은 없어요.

-지난 2년은 방재민에게 어떤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성인이 되기 전 보낸 20년이란 시간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한 2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음악에 대해 한층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걸 음악에 담아보고 싶단 생각도 해보게 됐죠.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방재민이 지난 21일 발매한 EP ‘동화 : 미련’에는 총 4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은 ‘눈사람’이다. 방재민은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힘든 삶을 겪고 있는 곡의 화자를 앙상한 나뭇가지 팔을 꽂고 있는 눈사람에 비유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밖에 숨 막히는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매듭’, 힘든 상황에선 주변의 충고가 오히려 고충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풀어낸 ‘Ecivda’, 마음가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아낸 ‘숲’ 등이 EP에 수록됐다.

-이번 EP는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작년 2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휴대폰 메모장에 써둔 주제와 글귀들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나갔고요.

-EP 타이틀을 ‘동화’로 잡은 이유가 궁금해요.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저와 앨범을 들어주는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봤어요.

-음악 스타일의 변화도 눈에 띄어요. 랩이 아닌 보컬에 중점을 둔 트랙들이 많더라고요.

△걱정이 많았던 지점이에요. ‘고등래퍼’ 때 보여준 무대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을 테니 랩을 좀 더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저 역시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다행히 발매 이후 많은 분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안도하고 있어요. 혼자서 댓글 보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미소).

-EP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곡 작업을 할 때 직설적인 표현보단 입체적인 표현을 쓰고자 노력했어요. 가사에 집중하기 보단 BGM처럼 틀어두고 감상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들으면 더 좋은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을 작업할 때 키프클랜 멤버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얻진 않았나요.

△지금도 여전히 연락을 자주 하고 지내지만 각자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보니 만날 시간은 거의 없는 편이에요. 이번 앨범의 경우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최대한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 해보자는 생각을 했었어요. 당시 제가 워낙 남의 말에 잘 휘둘리는 상황이었기에 온전히 저만의 속도와 방향성으로 앨범을 작업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었죠.

-‘동화 : 미련’은 래퍼 방재민의 앞으로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번 앨범은 제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놓고 있던 ‘화양연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에 해당해요. 책으로 따지면 1편, 기승전결로 따지면 기(起)에 해당하는 앨범인 거죠. 미니앨범 5~10장 정도, 정규 앨범 3장 정도를 내면 시리즈를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엄청난 장기 프로젝트네요. (미소). 차기작들의 작업은 어느 정도나 되어 있나요.

△다다음 미니앨범의 주제와 가사까지는 적어둔 상태에요. 세세한 수정을 거쳐서 녹음에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봐도 좋겠네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도 어색함이 없는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에요. 연기 활동에 대한 생각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준비도 계속해서 해나갈 생각이고요.

-끝으로 공백기 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곁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긴 시간을 기다리게 한 만큼 앞으론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재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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