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현실판 준비하는 성민규 단장 [프로야구 카운트다운]

  • 등록 2020-05-02 오전 8:29:29

    수정 2020-05-02 오전 8:30:22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시스템을 바로 세울 겁니다”

지난 겨울 많은 관심을 받았던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배우 남궁민이 맡았던 ‘돌직구 리더’ 백승수 단장은 비리로 얼룩진 스카우트팀장을 어물쩍 감싸고 넘어가려는 구단 사장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드라마에 열광했던 프로야구 팬들은 백승수 단장을 통해 곧바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고 있는 성민규(38) 단장이다. 성민규 단장은 지난해 9월 ‘최연소 단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단장에 부임했다. 나이도 나이지만 그의 경력이 더 파격적이었다. 2007년 프로야구 KIA에 입단했지만 경기에 뛰지 못하고 이듬해 방출됐다.

은퇴 후에는 한국 야구가 아닌 미국 야구에서 일했다. 2008년 2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뒤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코치로 시작했다. 말이 코치였지 열악한 마이너리그 환경에서 훈련 보조, 구단 버스 운전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능력을 인정받은 성민규 단장은 2011년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스카우트로 변신했다. ‘염소의 저주’를 푼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을 도우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스템을 배웠다. 태평양 스카우팅 슈퍼바이저 겸 컵스 단장 특별보좌관이라는 거창한 직책도 받았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를 책임지는 수장이 됐다, 위에 구단주, 사장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단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높은 자리는 단장이다.

롯데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그전까지 롯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효율’이었다. 지난 시즌 롯데 팀 평균 연봉은 1억9853만원으로 10개 구단 중 1위였다. 하지만 성적은 최하위였다. 비효율적인 투자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즌 도중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반 사퇴하기도 했다.

밑바닥부터 바꿔야 한다는 위기감은 30대 최연소 단장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뜻대로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단장이 된 첫날부터 다양한 장애물을 마주쳤다.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야구계에서 한 발 내딛기도 쉽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설득시키는게 먼저였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들어왔고 실제로 시스템이 많이 달랐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예상하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벽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그것을 뛰어넘을 생각만 했다”

성민규 단장은 시작하자마자 변화의 태풍을 몰아쳤다. 스타 선수 출신도 아니고 감독 경험도 없었던 허문회 키움 수석코치에게 롯데 지휘봉을 맡겼다.

선수 영입도 화끈했다. 지난 1년전 FA 협상 도중 계약을 포기했던 베테랑 우완 투수 노경은을 다시 영입했다. 롯데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또한 롯데는 고질적인 취약 포지션인 포수를 보강하기 위해 한화와 트레이드로 지성준을 영입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난 1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2루수 안치홍을 2+2년 최대 56억원 조건에 데려온 장면이었다. 2+2년 계약은 한국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없었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은 메이저리그 방식의 계약을 과감히 도입했고 안치홍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밖에도 내부 FA 외야수 전준우를 4년 총액 34억원, 좌완 투수 고효준을 1년 최대 1억2000만원에 붙잡는 등 성공적으로 전력 보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민규 단장이 선수 보강을 발표할 때마다 까다로운 롯데 팬들은 쾌재를 불렀다. 작년 꼴찌팀이었던 롯데가 올 시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나이가 젊고 한국 프로야구 경험도 없었던 내기 단장을 맡는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도 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보이지 않는 시선, 시기와 계속 싸우는 중이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걸 깨는 맛으로 지금 단장 일을 하고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과 마찬가지로 성민규 단장도 ‘시스템’을 중요시한다. 그는 ‘프로세스(절차) 야구’라고 부른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몸으로 체득한 방식을 롯데에 적용하는 중이다.

“이번 시즌 우리 구단에서 구단의 모든 움직임은 즉흥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프로세스를 따라서 움직인다. 선수 한 명을 트레이드 하더라도 나 혼자 결정하는게 아니다. 스카우트, 코칭스태프, 트레이닝파트, 전력분석 등 모든 사람들과 회의를 거쳤다. 프로세스를 통해 결정된 것은 실패하더라도 뭐가 잘못됐는지 찾을 수 있다”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사장은 경험과 감에 의존했던 메이저리그를 확 바꿔놓았다. 수많은 저항을 뚫고 추진한 ‘데이터 야구’는 오늘날 메이저리그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성민규 단장도 5월 5일 개막하는 KBO리그에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뚜렷한 성과를 낸다면 KBO리그는 본격적인 개혁의 시대로 접어들지 모른다.

프로스포츠는 어쨌든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첫 시즌을 맞이하는 성민규 단장의 마음도 떨리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남들이 안가는 길을 가는 것이 더 재밌는 것 같다. 비시즌 동안 할 수 있는 선에선 최선을 다했다. 이제 저와 구단에 대한 평가는 선수들이 성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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