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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넥센은 25일 현재 45승3무68패로 7위다.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무산된지 오래다.
하지만 넥센을 완전한 패자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듭된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팀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투수를 대거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오재영 김성현 고원준 문성현 등은 어느 팀에서건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 그들 중엔 꽤 오랜 시간을 돌아온 케이스도 있지만 기대치는 한결같다.
가지고 있는 기량만 놓고 보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임에 분명하다. 스피드는 물론 제구력과 배짱, 여기에 확실한 승부구도 갖추고 있는 투수들이다.
그러나 아직 '확신'은 이르다. 그저 '잘 던지는 투수'까지는 이를 수 있어도 특급이 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을 던지는 것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투수가 되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중 가장 큰 대목은 바로 수비다.
넥센은 8개팀 중 투수 실책이 가장 많은 팀이다. 25일 현재 16개로 1위다.
물론 2위 두산(15개)이나 3위 SK(13개)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속사정은 좀 다르다. 두산은 2명의 외국인 투수 히메네스(4개)와 왈론드(3개)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SK도 글로버가 5개나 실책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그 차이가 매우 커진다.
선발 김성현은 최근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듯 안정된 공을 던졌다. 그러나 5회 두차례의 실수가 뼈아팠다. 기록된 실책은 없었지만 엉성한 투수 수비는 스스로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았다.
5회 무사 1루. SK 정근우의 번트 타구가 힘 없이 1루쪽으로 굴렀다. 포수 강귀태가 별 탈 없이 잡았다면 정근우는 1루에서 아웃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성현이 함께 공을 쫓은 것이 화가 됐다. 김성현은 오히려 강귀태의 앞을 가로막게 됐고 이때 주춤하는 사이 발 빠른 정근우가 1루에서 세이프 됐다. 1사2루가 될 상황이 무사 1,2루 위기로 바뀌었다.
김성현은 같은 이닝, 또 한번의 실수를 했다. 2-3으로 역전된 1사 1,3루. 4번 박정권의 2루 땅볼 때 1루 주자 김재현이 런다운에 걸렸다.
1,2루 사이에 멈춘 김재현의 재치 덕에 3루 주자 정근우는 홈을 밟아 2-4. 김재현을 잡았다면 이닝은 종료될 수 있었다.
그러나 런다운 과정에서 1루가 비게 되었고 김재현은 여유있게 1루에서 다시 세이프 됐다. 1루를 지켰어야 하는 야수는 바로 투수 김성현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병살 플레이를 예상했던 김성현은 마운드에 서 있었다. 뒤늦게 1루로 달려가 봤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결국 김성현은 다음 타자 최정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김성현이 기본적인 수비만 해 줬어도 이날 경기의 흐름은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투수들은 수비 훈련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공을 좀 더 빠르게, 혹은 새로운 변화구 장착에는 관심이 많지만 반복된 수비 훈련은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 투수코치는 "수비 훈련 시킬때가 가장 힘들다. 던지는 건 신나서들 하는데 수비 훈련은 집중도가 크게 떨어진다. 투수도 공 던진 뒤에는 야수다. 다 자기 몸값 올라가는 일인데도 수비는 하기 싫어하는 선수가 많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 한국 프로야구를 크게 움직였던 대 투수들은 대부분 수비가 매우 빼어났다. 선동렬(현 삼성 감독)이나 송진우(한화.코치 연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송진우는 이데일리 SPN과 '달인에게 묻는다' 인터뷰서 "투수는 수비가 정말 중요하다.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는 하나의 무기다. 한때 타격 페이스가 좋은데 발이 느린 선수가 있다면 일부러 거른 뒤 다음 번트 수비에서 병살을 노린 적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넥센의 젊은 유망주 투수들은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지 현재의 모습에 만족해서가 아니다.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도 흔적 없이 사라진 유망주들도 얼마든지 많다.
넥센이 유망주 천국이 아니라 진짜 강팀이 되기 위해선 당장은 입에 쓴 약도 미리 미리 챙겨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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