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약방의 감초 전통 나팔 '부부젤라'

  • 등록 2010-05-19 오전 8:07:29

    수정 2010-05-19 오전 8:07:29

[조선일보 제공] 남아공월드컵 개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등 월드컵 개최도시 어디에서든 '바파나 바파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파나 바파나'는 '소년'을 뜻하는 남아공 줄루어로 남아공 대표팀의 애칭이다. 노랑과 초록이 섞인 남아공 유니폼은 현지 공무원들과 회사원들까지 근무복으로 입고 있다. 개최국으로 톱시드를 받은 남아공은 프랑스·멕시코·우루과이 등과 쉽지 않은 조에 속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낙천적인 성격 때문인지 남아공이 16강은 물론 8강 진출도 문제없다고 말한다.

남아공 팬들의 응원문화는 '부부젤라'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남아공 전통 나팔인 부부젤라는 맹수의 울음소리 같은 우렁찬 소리가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명이 불어도 소란스러운데, 수만 명의 관중이 동시에 불어대면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음이 난다. 이 소리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어 FIFA(국제축구연맹)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부부젤라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는 부부젤라가 자국의 고유한 전통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아프리카 월드컵인 만큼 그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부젤라는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응원 도구이다. 그저 입에 대고 분다고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다. 큰 소리를 내려면 왕성한 폐활량이 필요하다. 초보자는 몇 번만 불어도 숨이 차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이다. 부부젤라 소리가 남아공 대표팀에 힘이 된다고 믿는 남아공 팬들은 90분 내내 쉴새 없이 나팔을 불어댄다.

남아공 축구팬들도 2002년 한국을 붉게 뒤덮은 '붉은 악마'의 응원문화를 잘 알고 있다.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남아공 팬들도 붉은 악마처럼 거리 곳곳에서 대형 TV를 통해 자국팀을 응원한다는 계획이다. 남아공 전체가 부부젤라의 우렁찬 소리로 뒤덮일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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