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이 군데군데 깔린 거대한 황토밭은 장맛비로 걸쭉한 진흙탕이 돼 있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이 공터는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다. 입구에서 젊은이들은 티켓을 알록달록한 팔찌들로 교환해 손목에 찼다. 페스티벌 세대로 인정받는 '즐거운 수갑'이다. 3일권 팔찌와 캠핑 팔찌, 현금 충전용 팔찌까지 찬 대학생 김민규(22)씨는 "이 팔찌를 차면 비로소 페스티벌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30㏊(약 9만평)에 이르는 페스티벌 사이트엔 무대가 세 개다. 관객 2만 명이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초대형 야외무대, 5000명을 수용하는 텐트 무대, 수시로 DJ 공연이 벌어지는 소형 야외무대다.
올해는 트래비스(영국) 가십(미국) 뮤직(영국) 엘르가든(일본)을 비롯한 해외 밴드들과 한국의 자우림·델리스파이스·이한철밴드 등 총 60여팀이 참가해 30~90분씩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페스티벌 세대는 무대에 누가 오르느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무대 아래 '우리들' 모습에 열광했다.
꽤 많은 수의 외국인중 상당수는 영어강사. 자신의 나라 이름을 쓴 깃발을 들고 있거나, '외국인'이라 인쇄된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캐나다인 영어강사 캠(23)은 "미국 페스티벌엔 마약 사고도 많은데 한국은 그런 것 없이도 훨씬 더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사흘간 총 5만 여 페스티벌 세대가 이 축제에 모였다. 페스티벌 사이트 근처 모텔들은 평소 두 배 값을 받고도 방이 모자랐다. 페스티벌 사이트 내 캠핑장엔 텐트 2000여 동이 들어섰다. 물티슈로 세수하고 화장실은 몰아서 해결했다.
김지숙(여·36)씨는 세계 곳곳의 음악 페스티벌을 다녀온 경험을 최근 친구들과 함께 '페스티벌 제너레이션(festival generation)'이란 책으로 펴냈다. 펜타포트에서 만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은 음악으로 묶이는 세대가 아니에요. 페스티벌 그 자체의 문화를 즐기는 거죠. 이번에 보니까 한국에도 비로소 페스티벌 세대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페스티벌 세대는 모르는 음악에도 열광할 줄 아는 세대다. 갓길에 퍼져버린 한국 대중음악은 조금 더 견뎌야 한다. 페스티벌 세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견인하러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