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③]한국영화 히트코드 붕괴, 역발상 시대

  • 등록 2008-03-03 오전 9:31:55

    수정 2008-03-03 오전 10:12:01

▲ 영화의 흥행공식을 깬 '추격자'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편집자주]‘클릭하면 스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CD와 필름을 대신하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호흡은 점차 가빠졌고, 다매체 시대 매체간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빠른 산업화에 살아남기 위한 해법도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진단해본다.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올해 최고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작한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성공 원인을 남들이 안한 것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영화로 성공한 첫번째 사례로 꼽힐 만큼 척박한 국내 영화계에서 그는 "스포츠영화를 떠나서 분명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소재에 접근하면 훨씬 더 기회가 있다"면서 "'말아톤' '왕의 남자' '집으로...' 등 기대 밖의 대박은 정말 새롭다고 생각될 때 성공한다"고 말했다.

굳이 그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최근 한국 영화계는 히트코드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없다고 봐야 된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공식이 올해는 여지없이 깨졌으며 기본은 하던 조폭 영화도 이제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영화계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300 ,400만 흥행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현상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이제 관객들이 더이상 예정되거나 결론이 보이는 영화에는 흥미를 못느낀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오히려 영화판에서 성공을 하려면 이제까지 안다뤄진 소재를 다루는 것이 낫다. 과거 히트코드에 연연했던 작품들이 잇따라 참패를 면치 못했던 것과 달리 '식객' '우생순' '추격자' 등 이제것 한국 영화계에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세대들에게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 그리고 게임 만화 등을 접한 세대들은 영화 또한 이 연장선상에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세븐 데이즈'는 미드의 영향, '더 게임'의 히트는 일드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기존의 생각을 뒤엎는 역발상 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은 한국영화의 거품 붕괴와 스타파워의 몰락과 맞물려 있다. 수억원의 스타가 등장해 몇마디 웃기는 대화로 관객들을 몰아가던 시대가 몰락하면서 이제는 철저하게 사전 리서치와 마케팅 그리고 배우의 철저한 연기력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보니 프리 프러덕션 단계 때부터 철저하게 고증되거나 리얼리티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 힘든 시대가 됐다.

초단위로 살아가는 디지털 세대들에겐 대충 만들고 대충 연기해서는 더이상 존재감을 느끼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대신 절박하고 새로운 것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으며 2008년 영화계는 이런 경쟁 속에서 새로운 흥행코드를 만들 전망이다./ OBS경인TV '쇼영'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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