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한국 선수로 사상 최고액인 200만 달러가 넘는, 그것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고 입단했던 '새내기' 김병현은 패기 가 넘쳐 흘렀습니다. 당돌할 정도였습니다.
선배 박찬호처럼 자신에게도 그런 기 회만 주어진다면 '선발 10승'은 해내지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 었습니다. 그러나 김병현은 선발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대신 마무리로 선풍을 일 으켰습니다. 이후 선발이냐, 마무리냐를 놓고 구단, 감독과 마찰을 겪는 등 우여 곡절 끝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습니다.
그 후에도 그토록 소원했던 '붙박이' 선발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3번째 이적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마침내 꿈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27경기 선발 등판서 8승12패, 방어율 5.57. 메이저리그에서 10승이란 게 '3번 등판해 1번 이 기면 되는' 식의 단순한 수학의 승수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풀타임 선발 2년째 올시즌 김병현의, 요즘 우스개 소리로 하면 '그까이꺼 10승'은 어떻게 되나요? 이문열의 소설 제목처럼 '칼레파타칼라 (Kalepa ta cala,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희랍어)'입니다 .
어렵게 초반 선전-중반 부진에 이어 최근 22경기서 17승5패의 초고 속 상승세를 타고 5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회를 잡은 마당에 5선발 김병현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가차없이 바꿔 승리에 집착하겠다는 것을 거푸 보여 준 것 입니다.
다행히 멜빈 감독은 아직까지 김병현의 불펜 추락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플로리다전 후에도 김병현의 선발 유지를 묻는 기 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김병현이 2경기 연속 불안한 모 습을 보여 줘 상황은 언제든지 가변적입니다.
따라서 김병현 의 데뷔 첫 선발 10승으로 가는 도정은 갈수록 태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0여 경기를 남겨 놓은 현재 서부조 1~4위팀 간 승차가 2~6.5게임에 불과한 '앞뒷집' 상황서 선발진에 남는다 하더라도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기에 김병현 같이 5선발인 경우에는 기다리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어 승수 따내기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불 펜으로 떨어지면 사실상 물 건너 가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김병현에게 남은 선발 등판 기회는 최대 9번 정도입니다. 9번의 등판서 절반 가까 운 4승을 올려 10승을 채우는 일도 지난한 일입니다.
멜빈 감독의 잇따른 김병현 조기 강판도 프레디 곤잘레스 플로리다 감독과 다른 야구관 차이 탓이 아니 라 바로 팀의 절박함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플로리다에 있었던 8월2일까지만 해도 6승을 챙기며 '그까이꺼'였던 김병현의 선발 10승이 '어찌 하오리까'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형국입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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