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이끈 정해성·이임생, 무책임한 사퇴가 능사 아니다

24일 문체위 전체 회의 현안 질의서 사퇴 의사 표명
전력강화위원 회유 논란에 "절대 동의 못 한다"
지난 6월 정해성 이어 또다시 책임자 사퇴
협회 인사 시스템 추락과 담당자의 무책임 확인
  • 등록 2024-09-25 오전 7:25:56

    수정 2024-09-25 오전 7:25:56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이어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까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기술이사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협회가 기술총괄이사 직책을 새로 만들고 이 기술이사를 임명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 기술이사는 이번 현안 질의에 증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후임 인선 작업을 하던 정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자 임무를 이어받았다. 이 기술이사는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예트 감독을 만난 뒤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다만 이날 이 기술이사가 정 위원장의 권한을 이어받는 게 적절했는지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회장이 이 기술이사에게 권한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라며 “(홍 감독에게만) 특혜로 보이는 면접을 해도 되는가?”라고 말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기술이사의 전력강화위원장 겸임은 정관 위반이라며 정 회장의 주장과 달리 위임과 관련한 사후 결의 서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 선임을 위해 전력강화위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에 따르면 한 전력강화위원은 이 기술이사의 위임 동의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 선임 전 5명의 전력강화위원에게 모두 동의를 받았다는 말과 다른 부분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역시 “(이 기술이사와) 1분가량 통화했고 통보라고 느껴졌다”라며 “후보에 대한 말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전 전 전력강화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 의원은 이 기술이사에게 “(동의받았다면서) 왜 저렇게 동의해 달라고 했나?”라며 “왜 그렇게 회유하려고 했나?”라고 따졌다. 이 기술이사는 회유가 아니라 자신에게 위임해 준 걸 기자에게 확인해 주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의 지적이 계속되자 이 기술이사는 울먹이며 “내 명예가 걸린 일이라 꼭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감독을) 결정하게끔 부탁드려서 다섯 분으로부터 동의를 다 받았다”라며 “내가 사퇴하겠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안 하고 동의를 안 받은 건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전국민적인 관심 속에 생중계까지 이뤄지는 상황이었기에 이 기술이사의 말처럼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홍 감독 선임을 주도한 그가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드러내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이 기술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 선임 배경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을 선임한 결정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며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라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즉흥적인 사퇴는 일만 벌여놓은 채 아무런 책임 없이 도망치는 꼴이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겪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정 전 위원장도 감독 선임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며 전력강화위원회를 떠났다. 그 역시 올림픽을 준비하던 황선홍 감독을 3월 A매치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며 결과에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에도 책임지는 건 없었고 그러다 돌연 사퇴를 택했다. 사의를 밝힌 뒤 협회와도 연락이 끊기며 사표 수리까지 시간도 걸렸다. 혼란을 더 가중한 셈이다.

정 전 위원장은 이날 사퇴 배경을 묻는 의원들의 말에 “체력적으로 힘들고 건강 문제도 있었다”라며 “일단 회장님께 보고드린 이상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정몽규 체제에서 감독 선임을 믿고 맡긴 두 명의 인물은 나란히 중도 하차를 택했다. 협회 인사 시스템의 떨어진 신뢰도를 확인했고 개인을 생각하며 상황을 벗어나려는 담당자의 모습도 드러났다. 이 기술이사가 정말 자신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전임자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진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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