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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스윙’ 최호성(50)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출전권 획득을 위해 뚫어야 할 경쟁률이다.
최호성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안신토 소보바 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챔피언스 투어 퀄리파잉 스쿨(이하 Q스쿨) 1차 예선에서 나흘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4위로 최종전 진출에 성공했다.
만 50세 이상 선수만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는 시니어 투어 또는 레전드 투어라고도 불린다. PGA나 유럽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왕년의 스타가 많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나 스티브 스트리커, 짐 퓨릭(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 쟁쟁한 스타플레이어가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에 이어 작년부터 양용은이 합류해 챔피언스 투어를 누비고 있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오래 활동하면 큰돈도 벌 수 있다. 나이 제한이 있는 챔피언스 투어는 거의 모든 대회는 컷오프가 없고 절반 정도는 3라운드 경기로 열린다. 올해는 총 28개 대회가 치러졌다.
2023시즌 상금왕 스트리커는 398만6063달러(약 52억원)에 이르는 상금을 벌었다. 100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획득한 선수도 19명이나 된다. 양용은은 123만9246달러를 벌어 상금랭킹 14위로 시즌을 마쳤다.
1973년생으로 올해 만 50세가 된 최호성은 작년부터 PGA 챔피언스 투어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미국에서의 투어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막막했으나 선배 최경주의 조언 등을 듣고 도전의 결심을 굳혔다.
최호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안양CC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골프를 배워 프로가 된 늦깎이 골퍼다. 2001년 프로가 됐고 그 뒤 2부 투어 등을 거쳐 2004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늦은 나이에 프로골퍼로 데뷔한 최호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신화를 이뤘다. 프로가 된지 7년 만인 2008년 하나투어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승을 달성했다. 그 뒤 2011년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최호성은 이후 아시아와 일본으로 무대를 넓혀 활동했다. 해외 투어에서는 2013년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과 2018년 카시오월드 오픈, 2019년 헤이와 PGA 챔피언십까지 3승을 거두며 프로 통산 5승을 수확했다.
불굴의 의지를 앞세워 성공의 길을 개척해온 최호성은 올해 코리안투어 정규 시즌을 끝낸 뒤 조용히 챔피언스 투어 출전권 획득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든든한 지원군의 응원도 힘이 됐다. 최호성과 함께 투어 현장을 누비는 아내 황진아 씨는 “‘불굴의 의지’하면 최호성 아니겠느냐”라며 “한번 해보자”라고 남편의 도전을 응원했다.
두려움으로 시작해 1차 관문을 통과한 최호성은 오는 5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 챔피언스 코스에서 열리는 최종전에 나가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최종전에는 총 78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여기서 상위 5명이 내년 출전권을 받는다. 15.6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쉽지 안는 도전이다.
최종전 출전 명단에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가 많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절친’으로 알려진 노타 비게이(미국), 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그렉 찰머스(호주), PGA 투어 2승과 유럽 등에서 4승을 거둔 다니엘 초프라(스웨덴), 유럽과 호주 투어에서 활동하며 2승을 거둔 스티브 앨런(호주) 등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골프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존 스몰츠(미국) 등이 최종전에 나서 최호성과 함께 출전권을 놓고 샷대결을 벌인다. 최호성의 골프인생을 바꿀 또 한 번의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