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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는 2라운드 16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냈을 뿐 베어트랩에서 크게 타수를 잃지 않았다. 이날도 15번(파3)과 16번홀(파4)를 지키며 베어트랩을 무사히 지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17번홀에서 불운이 찾아왔다.
티샷한 공이 그린 왼쪽 벙커에 들어갔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2온을 노려 파 세이브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공이 모래 깊숙이 박혀 공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흔히 말하는 ‘에그 프라이’가 됐다.
벙커에서부터 홀까지는 내리막 경사였고 홀 뒤쪽으로는 호수가 있어 조금만 길게 쳐도 공이 물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 2온을 노리는 게 쉽지 않았다.
임성재는 안전하게 그린 뒤쪽 러프 지역으로 공을 꺼내는 차선책을 택했다. 벙커에서 빠져나와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홀까지 거리는 약 6m 정도 됐다. 보기 퍼트가 홀을 빗나가면서 이 홀에서만 2타를 잃었다. 앞선 홀까지 3타를 줄이면서 선두를 3타 차로 추격했으나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5타 차로 벌어졌다.
임성재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총상금 700만달러) 3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뽑아냈지만, 더블보기와 보기 1개씩 적어내 1언더파 69타를 쳤다. 사흘 내내 언더파 경기를 하며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갔지만, 17번홀에서 나온 더블보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임성재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1978년 잭 니클라우스 이후 43년 만에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17번홀의 더블보기가 아쉬움으로 남았으나 중간합계 5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선두 맷 존스(호주·10언더파 200타)에 5타 뒤진 공동 7위에 자리해 역전 우승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회가 열리는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는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아 하루 4~5타를 까먹는 선수가 속출한다. 1라운드 평균 타수는 71.490타, 2라운드 70.669타, 3라운드 71.426타로 매 라운드 오버파를 기록 중이다.
임성재는 대회 첫날 그린적중률이 44%(18/8)에 머물면서 고전했으나 2라운드에서 66%(18/12)까지 높아졌고 이날도 61%(18/11)를 유지했다. 퍼트수는 1라운드 23개에 이어 2·3라운드에선 27개씩 적어내 그린 플레이어서도 큰 실수가 없었다.
경기 뒤 임성재는 “오늘 경기를 잘 마무리하다가 17번홀에서 운이 없게 벙커에 박혀서 타수를 잃었지만 그래도 언더파를 쳐서 잘 끝낸 것 같다”며 “(17번홀 벙커에서) 그린으로 치면 100% 물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 레이업을 한 뒤 안전하게 보기로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더블보기를 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고 오히려 더 강한 의지를 엿보였다. 임성재는 “내일도 차라리 바람이 많이 불면 좋을 것 같다”며 “그럼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남은 하루 경기를 잘하면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단단히했다.
임성재는 대회 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스가 어려울수록 집중이 잘 돼 좋은 경기를 하게 된다”고 난코스에 더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