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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가 실버세대를 처음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막을 내린 tvN 예능 ‘꽃보다 할배’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면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순재, 백일섭, 신구 등 할아버지 출연진이 처음 쏘아올린 실버 열풍을 이젠 ‘할머니’들이 새롭게 개척 중이다. ‘윤식당’, ‘수미네 반찬’, ‘밥을 먹고 다니냐’ 등 원로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관찰, 토크 예능들이 최근 수 년 간 잇달아 히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배우 윤여정과 김수미, 박원숙이 있다. 세 배우는 올 상반기에도 예능 ‘윤스테이’, ‘수미산장’, ‘같이 삽시다’를 각각 이끌며 예능계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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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실버 열풍의 포문은 윤여정(74)이 먼저 열었다. 지난 1월 8일 방송을 시작한 나영석 PD의 tvN 예능 ‘윤스테이’가 첫 타자다. ‘윤스테이’는 나 PD와 ‘윤식당’ 시즌 1, 2를 연이어 성공시킨 윤여정이 새로 맡은 타이틀 예능이다. ‘윤식당’에선 타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외국인 손님들에게 한국의 맛을 전수했다면, ‘윤스테이’에선 이를 한 번 더 비틀었다. 한국에서 외국인 손님들을 대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한국의 ‘맛’을 넘어 ‘멋’과 ‘정취’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윤스테이’는 전작인 ‘윤식당’의 인기에 힘입어 첫방송부터 시청률 8.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이끌었다. 이후 2월 현재까지 매 회차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윤여정은 게스트하우스의 대표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윤여정의 가장 큰 매력은 ‘경청’의 태도와 ‘도전정신’이다.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후배 연기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반영하는가 하면, 구성원 간 업무분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게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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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수미(72)는 거칠지만 솔직한 입담, 뛰어난 요리 실력, 푸근한 ‘정’(情)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머니처럼 어루만진다.
김수미는 지난 2018년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이끌며 ‘집밥’과 ‘요리’를 접목한 힐링 토크 예능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이다. 지난해 SBS플러스 예능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지난 11일 ‘수미네 반찬’ 시즌2를 재개한 데 이어 18일부터는 KBS2와 SKY TV가 공동제작한 새 예능 ‘수미산장’을 선보이는 등 예능을 무대로 사그라지지 않는 전성기를 과시 중이다.
김수미와 함께 ‘수미산장’에 출연 중인 신화 전진과 EXID 하니(안희연)는 제작발표회 때 망설임 없이 “김수미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고, 박명수는 “어머니같은 분이시자 모든 예능인들이 닮고 싶은 선배상”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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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숙(72)은 타고난 공감 능력과 수더분한 매력을 바탕으로 자신과 가까운 중장년층 시청자들과 유대감을 쌓고 있다. 박원숙은 지난 2017년부터 2월 현재까지 자신의 이름을 건 KBS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이하 ‘같이 삽시다’)를 시즌3째 이끌고 있다.
‘같이 삽시다’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중년의 싱글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1일부터 KBS2에서 방송 중인 ‘같이 삽시다’ 시즌3에서는 박원숙이 혜은이, 김청, 김영란 등과 함께 지내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박원숙은 시즌1부터 간판 멤버로 수년째 프로그램을 이끈 노련함과 친근한 매력을 통해 이혼과 경제난 등 여러 개인적 아픔을 딛고 홀로선 합숙 멤버들을 보듬고 위로한다.
시청자 조광임(56)씨는 “친한 이웃집 언니와 수다를 나누는 것처럼 푸근하게 다가와 시즌1부터 쭉 시청 중”이라고 했다. 시청률도 첫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6%를 넘기며 공감의 힘을 발휘 중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실버세대인 이들을 내세운 예능들이 꾸준히 등장해 화제를 얻는 비결로 ‘세대 통합’을 꼽았다. 하 평론가는 “지난해 예능가에 ‘트롯 열풍’이 강타한 뒤로 고령 시청자들과 젊은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세대 초월, 세대 통합 취지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윤여정, 김수미, 박원숙 등 원로 배우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진을 곁에 배치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는 것도 세대 통합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의 섭외 자체가 연륜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는 통찰과 조언을, 중장년 시청자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