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고진영, 세계 1위도 예약.."어릴적 꿈 이뤘다"

LPGA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첫 메이저 우승
첫 메이저 우승 잡고 박성현까지 제치고 세계 1위
데뷔 초 과한 자신감 표현에 '버릇없다'는 오명
지난해 LPGA 진출 후 골프인생 활짝 꽃 피워
  • 등록 2019-04-09 오전 6:15:00

    수정 2019-04-09 오전 6:15:00

고진영(왼쪽)이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전통에 따라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연못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한 뒤 갤러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매니저 최수진 씨. (사진=AFPBBnews)
[란초미라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고진영(24) 시대의 막이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메이저 퀸으로 등극하면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예약했다.

고진영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00만 달러·우승상금 45만 달러)에서 고진영이 LPGA 투어 데뷔 2년 만에 ‘메이저 퀸’이 됐다. 고진영은 이날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이미향(26·7언더파 281타)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세계랭킹 5위였던 고진영은 9일 발표 예정인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생애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우승으로 세계랭킹 포인트 100점을 추가하게 될 고진영의 평점은 최소 1.8점 이상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4위 하타오카 나사(일본), 3위 이민지(호주),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이어 1위 박성현마저 뛰어 넘어 새 여왕으로 등극한다.

18번홀(파5)에서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자 고진영(24)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다. 전날 3라운드가 끝난 뒤 1타 차 단독선두로 나선 고진영은 우승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18홀이 더 남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흘린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고진영은 오랫동안 ‘2인자’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주니어 시절엔 동갑내기 김효주와 백규정의 그늘에 가렸다. 프로가 돼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됐다.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데뷔한 고진영은 신인왕 경쟁에서 백규정에 밀려 2위에 만족했다. 202014년에는 백규정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LPGA 투어로 직행하는 모습도 부럽게만 바라봤다.

한 때는 ‘버릇이 없다’ ‘거만하다’는 오해도 받았다. 2015년의 일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부를 밝히는 자리에서 “다 해먹겠다”고 발언한 것이 동료에게 ‘비호감’으로 미움을 샀다. 당시 그 말은 자신감의 표현이었지만, 고진영에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한국에선 1인자가 되지 못했지만, 지난해 LPGA 투어로 진출하면서 골프인생의 꽃을 피웠다. 2014년 프로 데뷔해 KLPGA 투어에서 9승을 거둔 고진영은 2017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 직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정식으로 데뷔한 호주여자오픈에서 신인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우승을 발판으로 한국에서도 이루지 못한 신인왕을 차지해 한을 풀었다.

2년 차에 접어든 올해 고진영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3월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2주 만에 이번 대회에서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꿈에 그리던 여왕의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우승 뒤 세계랭킹 1위가 될 것이라는 기자의 말을 전해 들은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는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다”며 “정말이냐”고 새 여왕이 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시즌 8개 대회 만에 2승을 거둔 고진영은 타이틀 경쟁에서도 굳건한 1위를 지켰다. 올해의 선수와 상금랭킹 그리고 다승, CME 글로브 포인트,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등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바야흐로 고진영 시대의 개막이다.

고진영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여기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열심히 했던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하지만 열심히 훈련했던 것들이 아직 100% 나온 건 아니다”라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자만하지 않았다.

새 여왕으로 등극하는 고진영은 더 큰 목표도 내다봤다.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 무대다. 그는 “2016년 박인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올림픽이 내년이기에 아직은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있는 만큼 저 또한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진영이 8일 끝난 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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