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원하는 클럽 쓰고 욕심 버리니 성적 따라오네요"

  • 등록 2019-03-08 오전 7:41:14

    수정 2019-03-08 오전 7:41:14

이경훈.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원하는 클럽을 사용하는 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낳을지 몰랐어요.”

이경훈(28)은 지난 4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꿈에 그리던 첫 톱10를 기록했다. 이경훈이 생애 첫 톱10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클럽 교체다. 그는 올해 특정 브랜드와 클럽 계약을 맺지 않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가 특정 브랜드와 용품 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입맛대로 맞는 골프 클럽을 사용하고 싶어서다.

그는 6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14개 클럽이 모두 만족스러운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며 “용품사에서 2~3개 정도는 다른 브랜드의 클럽을 허용해주기도 하지만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클럽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따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14개의 클럽으로 채운 이경훈은 서서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혼다 클래식에서 공동 7위에 오르는 등 최근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공동 35위 이상의 성적을 내며 페덱스컵 9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왜 선수들이 용품 계약을 맺지 않고 사용하고 싶은 클럽을 사용하는지 몰랐는데 이젠 확실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며 “확실히 클럽을 바꾼 효과가 있다. 앞으로도 용품 자유 계약 선수로 남을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골프용품 시장의 화두는 용품 자유 계약 선수들의 선전이다. 마스터스를 비롯해 US 오픈, 디오픈, PGA 챔피언십까지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패트릭 리드,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모두 용품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경훈 역시 리드와 켑카, 몰리나리가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하는 것을 보고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들을 보면서 원하는 클럽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용품 계약을 맺지 않은 건 올해 한 선택 가장 잘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경훈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욕심 버리기다. 그는 올 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까지 총 10개 대회에 출전해 페덱스컵 포인트 40점을 얻는데 그쳤다.

성적에 얽매이는 것을 발견한 이경훈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을 마치고 골프에 임하는 자세를 바꿨다. 성적 하나하나에 목을 매는 것에서 벗어나 골프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그는 “톱랭커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2월이 되기 전에 페덱스컵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며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난 뒤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고 말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173점을 쌓은 이경훈은 이제 다음 시즌 투어 카드 유지를 위한 포인트 확보에 돌입한다. PGA 투어에서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어야 한다. 지난 시즌 페덱스컵 랭킹 125위 해리스 잉글리쉬(미국)가 383점을 기록하고 2016~17 시즌 125위였던 J.J 헨리(미국)는 365점을 획득했던 만큼 최소 400점 이상 받아야 안정권에 들 수 있다.

그는 “아직 페덱스컵 포인트 173점밖에 얻지 못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스파 챔피언십을 비롯해 아직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많은 만큼 매 경기 집중하다 보면 분명히 기회는 올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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