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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막을 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13일 귀국했다.
1년 내내 빡빡한 대회와 훈련 스케줄을 소화했던 정현은 모처럼 테니스를 내려놓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왔다고 해서 완전히 흐트러지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외국에서 잘 먹을 수 없었던 돼지고기 삼겹살을 실컷 먹거나 친구들과 배구 경기를 보러다니는 정도다.
그것만으로도 정현은 기쁘고 소중하다. 시즌 마지막 대회를 우승으로 마무리하면서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아직은 주변 관심을 많이 실감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늘어난 행사 등을 통해 ‘더 유명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조금은 받는다고.
정현에게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뭔지 물었다. 혹시 여자 아이돌그룹의 이름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외국에 있을 때 현지 명소에 한 번씩 가는 것이 그나마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다. ‘교수님’이라는 그의 별명이 단지 두꺼운 안경 때문 만은 아니다.
지금은 잠시 휴식 중이지만 머리 속에서 테니스를 완전히 지우진 못한다. “운동을 10년 넘게 하다보니 쉴 때도 운동에 지장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그런 습관이 아예 몸에 뱄다”고 말했다.
정현은 자신의 최대 무기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상대를 질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질리게 만든다는 것’은 단지 상대의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넘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주는 것을 뜻한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대회 결승에서 보여준 흔들리지 않는 멘탈은 정현이 설명한 그의 무기였다.
정현은 찗은 휴식을 마치면 12월 초 태국으로 건너가 동계훈련에 본격 돌입한다. 한 달 정도 훈련에 몰두한 뒤 시즌에 들어간다..
정현의 2018년 바람은 두 가지다. 우선 ‘부상 없이 뛰는 것’이다.
정현은 시니어에 올라선 뒤 매년 자질구례한 부상에 시달렸다. 올해도 왼쪽 발목 부상을 입어 3개월 공백기를 가졌다. 가장 중요한 대회인 윔블던도 불참했다.
그는 “부상으로 날린 3개월이 사라진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바람은 라파엘 나달이나 로저 페더러 같은 톱 클래스 선수를 이기는 것이다. 올해 세계랭킹 1위 나달과 두 차례 만나 잘 싸웠지만 모두 패했다.
정현은 “아직 톱 선수들을 잡아본 적이 없다, 아쉽게 지는게 아니라 기회를 잡아 꼭 이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