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김태균,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조인성 등 대부분의 주전이 빠진 채 신인을 포함, 2~3군 선수들로 맞선 경기. 결과는 물론 만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소득이 없었던 경기는 아니었다.
경기 후 만난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런 경기는 재미가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떤 의미였을까. 김 감독은 “2군 게임 치고는 그래도 잘했다. 사실 게임에 큰 차이는 없었다. 볼넷하고 에러였다. 지금 지고 많이 맞은 것이 낫다. 나 또한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실패하는 과정에서 깨닫고 배우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번의 패배와 실수를 시즌 때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를 위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김 감독은 SK전 패배를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초구, 신중하고 또 신중해라
3회까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선발 정대훈의 무실점 역투가 이어졌고 수비도 물 샐틈 없었다.
첫 위기는 4회 찾아왔다. 한화 투수 장민재가 SK 타자 박계현에게 안타, 조동화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가 됐고 폭투까지 겹쳐 상황은 2.3루로 변했다. 다음 타자 박재상은 2루 땅볼을 솎아내며 일단 아웃카운트와 실점을 바꿨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다음 투수는 박정진. 상황은 1사 3루. 박정진은 박정권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추가실점했다. 김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여기. 1사 3루 상황. 어떻게든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실점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박정진은 초구에 희생타를 허용, 주자 한 명을 더 들여보냈다.
김성근 감독이 지적하고 싶었던 건 초구의 중요성이다. “4회도 희생타를 주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쉽게 승부를 들어갔다. 초구라고 하는 건 명함이다. 인사를 하는 거다. 4회 초구를 쉽게 가서 플라이를 맞고, 권혁도 나오자 마자 나주환한테 초구를 맞았다. 포수의 리드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초구를 쉽게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포수 정범모를 따로 불러 한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직접 전했다.
▲수정능력 키워라
3회까지 SK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쳐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3회 이창열의 볼넷과 도루로 만든 1사 2루 찬스도 땅볼,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던 4회,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싱거웠다. 박노민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정범모와 황선일이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선취점만 냈다면 분위기 싸움에서 훨씬 앞서나갈 수 있었던 찬스. 김 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던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수정능력이 나쁘다. 1사 2루에서 다음 두 타자가 똑같이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했다. 첫 타자가 삼진을 당했다면 다음 타자는 뭔가 다른 방법으로 맞섰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수정하고 대처하는 능력, 임기응변 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김 감독은 강조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사실 김 감독의 이날 체크포인트는 한화가 아닌 SK였다. 감독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만나는 SK인만큼 그들의 전력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 감독의 시선이 SK에 더 많이 몰렸던 이유다.
김 감독은 SK 선수들의 전체적인 전력을 평가함과 동시에 ‘키맨’이 될 수 있는 SK 외국인 타자 브라운에 대해서도 유심히 지켜볼 수 있었다. 브라운은 4번째 타석까지 삼진 3개를 당하며 고전하다 5번째 타석에서 3루 베이스 쪽으로 빠지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미 알다시피 브라운은 한화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있는 선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확실히 자기 코스가 있다. 비디오에서 봤던 모습과 비슷했다. 마지막 타석에선 그 코스를 공략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많이 (안타를 얻어)맞은 게 좋다”고 말한 이유 중 하나의 장면이었다. 브라운의 스윙궤적 등을 보며 김 감독은 수첩에 장단점을 적어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