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율을 너무 까먹고 있어 민폐가 된다”는 이유였다. 혼자 1시간 동안 방망이를 돌린 뒤 집으로 돌아가서는 SK전에 대비해 SK의 지난 주말 3연전을 포털 사이트 다시보기로 4시간에 걸쳐 봤다.
경기를 통해 상대 타자들의 컨디션은 어떤지, 상대팀의 투수 로테이션이나 감독 성향은 어떤지 꼼꼼히 분석하고 머릿속에 저장한다. 그는 “포수한테는 이런 기억들이 다 재산”이라고 했다.
2006년 은퇴하고 스카우트로 일하다가 지난해 복귀한 포수 김정민의 투수 리드는 LG가 5월 대공세를 펼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꼴찌팀 LG는 현재 2위로 치고 올라왔다.
김정민은 “이진영, 정성훈이 와서 안일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없어졌고, 분위기도 좋아졌다”며 “선수들이 한두 경기를 이기면서 풀어가는 능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가 못치고, 투수가 무너지면 타선도 무너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투타의 톱니바퀴가 척척 맞아들어가자 김정민도 신바람이 났다.
김정민은 “지난해에는 운동장에 나오면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일부러 웃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정말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니혼햄과 연습경기를 하면 지는 것을 전제로 최소 실점하자는 게 목표였는데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올해는 달라졌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정민은 1993년 데뷔한 이후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은 붙박이 ‘LG맨’이다. 2006년 은퇴해 1년간 팀의 스카우트로 활동한 뒤 포수 자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김재박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어린 투수가 많은 LG에서 김정민의 역할은 크다.
제1선발 봉중근의 ‘전담 포수’도 그의 몫이다.
현역으로 복귀한 뒤 참가한 2007년 가을 마무리 훈련때 봉중근의 공을 받아주면서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 김정민은 “2008년 가을 봉중근과 호흡을 맞춰 대전에서 팀 9연패를 끊으면서부터 중근이랑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서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스카우트로 활동하면서 상대타자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경기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며 “지난해에는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는데 팀 성적이 안 좋아서 내색을 못했다. 요즘은 팀 성적까지 좋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마디 덧붙였다. “94년 우승했던 것처럼 한 번 더 우승하고 은퇴하고 싶습니다. 요즘 분위기가 딱 그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