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서른여덟에 농구코트에서 누가 언니처럼 뛰겠어요. 그래서 언니 별명이 '전설 언니'예요."(정선민) "대신 집에선 '0점짜리' 아내잖아. 1년에 많아야 80일 정도 집에 들어가는데 뭘. '퀸(여왕)'도 이제 서른여섯이네…저번 소개팅은 잘 됐니?"(전주원) 코트에서 별명이 '바스켓 퀸'인 정선민을 전주원은 '퀸'이라고 줄여 불렀다. 소개팅 얘기가 나오자 정선민은 목소리 톤을 살짝 높이며 "잘되면 이러고 있겠어요? 이왕 늦은 거 확실한 '훈남' 하나 찾아야죠" 했다.
5일 경기도 안산 신한은행 농구팀 숙소에서 만난 전주원과 정선민,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두 스타의 수다는 이렇게 시작됐다. 1990년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여고생은 어느덧 30대 중·후반의 아줌마와 노처녀가 됐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최정상급 실력으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두 사람의 최대 화제는 역시 정선민의 '연애사업'이었다. 남자친구 얘기가 나오자, 정선민은 "지금은 남자친구가 없어요. 신랑감은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진취적이고…키는 1m75~1m80 사이면 된다"고 했다. 정선민의 키는 1m85이다. 정선민은 훈련이 없는 날엔 주로 서울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심야 영화를 즐긴다.
'언니의 결혼 생활이 부럽지 않으냐'고 기자가 묻자, 정선민은 "다른 건 몰라도 저를 이모로 부르는 수빈이를 보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결혼하면 신혼이고 뭐고 애부터 가질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박장대소했다.
롱런의 비결이 뭘까. 두 사람은 입을 맞춘 듯 "나이가 들었다고 운동량을 줄여선 후배들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회복이 늦기 때문에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구가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20년 넘게 했지만 요즘 들어 가장 재미있게 농구를 하는 것 같아요. 언니는 안 그래?"(정선민) "농구가 '마약'인가 봐. 그만두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아.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뛰어야지 뭐."(전주원) 그녀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