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우승 이끈 전주원·정선민의 수다

"얘는~마약같은 농구를 어떻게 끊니"
  • 등록 2009-02-07 오전 11:08:24

    수정 2009-02-07 오전 11:08:24


[조선일보 제공] "서른여덟에 농구코트에서 누가 언니처럼 뛰겠어요. 그래서 언니 별명이 '전설 언니'예요."(정선민) "대신 집에선 '0점짜리' 아내잖아. 1년에 많아야 80일 정도 집에 들어가는데 뭘. '퀸(여왕)'도 이제 서른여섯이네…저번 소개팅은 잘 됐니?"(전주원) 코트에서 별명이 '바스켓 퀸'인 정선민을 전주원은 '퀸'이라고 줄여 불렀다. 소개팅 얘기가 나오자 정선민은 목소리 톤을 살짝 높이며 "잘되면 이러고 있겠어요? 이왕 늦은 거 확실한 '훈남' 하나 찾아야죠" 했다.

5일 경기도 안산 신한은행 농구팀 숙소에서 만난 전주원과 정선민,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두 스타의 수다는 이렇게 시작됐다. 1990년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여고생은 어느덧 30대 중·후반의 아줌마와 노처녀가 됐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최정상급 실력으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두 사람의 최대 화제는 역시 정선민의 '연애사업'이었다. 남자친구 얘기가 나오자, 정선민은 "지금은 남자친구가 없어요. 신랑감은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진취적이고…키는 1m75~1m80 사이면 된다"고 했다. 정선민의 키는 1m85이다. 정선민은 훈련이 없는 날엔 주로 서울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심야 영화를 즐긴다.

전주원은 지난 98년 6년 열애 끝에 정영렬씨와 웨딩마치를 올렸다. 남편은 고려대에서 체육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남편은 집 근처 시댁에서 밥을 먹어요. 웬만한 집안일은 남편이 다하죠. 시댁에 가도 (저는) 시어머니가 쉬라며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해요." 전주원의 딸 수빈(5)도 운동으로 바쁜 엄마 대신 시어머니가 맡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언니의 결혼 생활이 부럽지 않으냐'고 기자가 묻자, 정선민은 "다른 건 몰라도 저를 이모로 부르는 수빈이를 보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결혼하면 신혼이고 뭐고 애부터 가질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박장대소했다.

영락없는 아줌마와 노처녀의 수다지만, 코트에선 아직 이들을 뛰어넘을 후배들이 드물다. 정선민은 평균 득점 19.70점(33경기)으로 올 시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전주원은 평균 6.84개의 어시스트(31경기)로 도움 1위에 올라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맹활약이다. 신한은행은 두 노장 덕에 지난달 31일 2008~ 200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롱런의 비결이 뭘까. 두 사람은 입을 맞춘 듯 "나이가 들었다고 운동량을 줄여선 후배들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회복이 늦기 때문에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구가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20년 넘게 했지만 요즘 들어 가장 재미있게 농구를 하는 것 같아요. 언니는 안 그래?"(정선민) "농구가 '마약'인가 봐. 그만두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아.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뛰어야지 뭐."(전주원) 그녀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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