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활황, 어떻게 볼 것인가

대형가수 복귀로 인한 일시적 착시 현상, 기조 유지 낙관론도
  • 등록 2008-11-05 오전 9:06:04

    수정 2008-11-05 오후 2:42:58

▲ 빅뱅 비 동방신기(사진 맨 위부터)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가요계는 축제다"

가수 손호영이 최근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잇단 별들의 귀환으로 가요계가 전에 없던 활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실제로 올 가요계는 상반기 김동률 브라운 아이즈를 시작으로 신화, 이효리, 빅뱅, 서태지, 동방신기, 비가 연이어 컴백하면서 음반, 음원 시장 모두 전에 없던 활기를 띄었다. 김동률, 동방신기, 빅뱅, 브라운 아이즈, 서태지 등 앨범형 가수들이 대거 컴백하면서 자연스럽게 음반시장에도 '훈풍'이 분 것이다. 차츰 파이가 커지고 있는 음원시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대형 스타들의 잇단 컴백...음반+음원 시장 '맑음'

동방신기와 서태지가 음반판매 20만장을 돌파했고, 또 앞서 언급한 가수들 중 이효리와 비를 제외한 모든 가수가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비의 경우에도 컴백 보름만에 7만장을 돌파한 상태로 10만장의 고지가 머지않은 상태다. 지난 해 음반 판매량 20만장을 돌파한 가수가 단 한 팀도 없었고 10만장을 돌파한 가수도 세 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국내 최대의 음반 유통사인 엠넷 관계자도 “올 한해 음반 판매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30%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호황기에 접어든 가요계의 실태를 전했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한터차트 구자각 대표도 “아직 정확한 집계는 하지 못한 상태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 때 음반 판매량이 예년보다 10~15%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위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음반 시장과 더불어 음원 시장도 가요계 빅스타들의 연이은 컴백에 매출 상승이란 달콤함을 맛봤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온라인 음원 서비스 업체 A사와 B사 관계자들은 올 음원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0%와 20% 정도의 매출 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A사 관계자는 “지난 해 매출액이 100억원대에 그쳤는데 올 해는 200억대를 넘을 것 같다”며 음원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B사의 한 관계자는 음원 시장의 이런 호황의 배경에 대해 “올 해 대형 가수들의 컴백이 계속되며 자연스럽게 음원 소비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며 “이와함께 저작권법 개정으로 인한 다운로드 가격 인하, 불법 다운로드 제재 강화 등의 조치도 네티즌들의 음원 소비를 부축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 가수 김동률 서태지 이효리(사진 왼쪽부터)



◇가요계 호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일시적 현상'VS'불황 타개 신호탄'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가요계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가요계 관계자들과 음악평론가들은 지금과 같은 가요계 호황이 대형가수 복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낙관하긴 이르다는 전망을 내놨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음반 판매나 음원 수익의 증가는 올해 가요계 수퍼스타들이 잇따라 컴백하며 생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음반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커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작가도 임진모 음악평론가와 같이 가요계 호황은 올 한 해 우연찮게 몰린 대형 가수들의 컴백 때문에 생긴 착시 현상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김작가는 “현 음반 시장과 음원 시장은 스타급 가수들에 100%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스타급 가수들의 음반과 음원은 판매되고 있지만 신인가수들과 중간급 가수들의 음반은 상대적으로 안 나갔고 음반 제작도 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정된 소비층이 스타 가수들의 음반이나 음원 소비로 쏠린 것 뿐이고 내년에 이와 같은 대형 스타들이 활동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 가요계를 진단했다.
이어 “음반 시장이 죽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음반이 아닌 공연 산업 육성을 통한 가요계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가요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음반 업계 종사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음반과 음원 소비세를 유지하거나 떨어져도 그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장미빛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올해 증가한 음반 소비량을 통해 제작사들은 ‘아직 음반 시장이 죽지 않았고 수요가 존재하는구나’라는 희망을 봤을 것”이라며 “올해 90년대 가수들이 이런 상황을 직감하고 가요계에 복귀했거나 또는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듯 가수 제작사 쪽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신인 가수나 중견급 가수들의 음반 제작에 뛰어 들어 음반의 퀄리티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소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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