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클럽 홈페이지(www.tottenhamhotspur.com)를 통해 “라모스 감독과 데미안 코몰리 단장, 마르코스 알바레스 1군 코치, 거스 포옛 1군 코치 등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게 됐다”고 발표, 코칭스태프 개각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에 해임의 비운을 맛보게 된 ‘스페인 승부사’ 라모스 감독이 마틴 욜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것이 지난해 10월27일이니 ‘라모스의 프리미어리그 도전’은 정확히 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비록 실패작으로 판명나긴 했지만 라모스 감독은 부임 당시 잔뜩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되살릴 구원자로 추앙받으며 적잖은 관심과 인기를 누렸다. 2005-06시즌과 2006-07시즌 EPL 무대에서 두 시즌 연속 5위를 차지하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리버풀, 아스널 등 이른바 ‘빅4’의 아성을 무너뜨릴 첫 번째 카드로 손꼽히던 토트넘은 2007-08시즌 초반 갑작스런 부진으로 하위권에 추락하는 등 위기를 겪게 되는데, 당시 구단 경영진이 선택한 ‘회생의 처방전’이 바로 라모스 감독이었다.
전 소속팀 세비야 시절 UEFA컵 2연패(2006, 2007), UEFA슈퍼컵 우승(2006),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 우승(2007), 스페인 슈퍼컵 우승(2007) 등을 달성하며 프리메라리가 무대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가던 라모스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산 결과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새 감독 부임 이후의 결과물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부임 직후 적극적인 선수단 개혁을 실시하며 내실 있는 스쿼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라모스 감독은 지난 2월 칼링컵(잉글랜드 리그컵) 우승을 이끄는 등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토트넘의 부진 원인에 대해 ‘대대적인 물갈이로 인한 조직력 붕괴’, ‘선수 영입 권한을 쥔 코몰리 전 단장의 전횡’, ‘수비 중심축 레들리 킹의 잦은 부상’, ‘영어를 전혀 못하는 라모스 전 감독의 의사소통 문제’ 등을 꼽았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미고, 이는 결국 감독과 단장이 한꺼번에 경질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 받은 해리 레드냅 전 포츠머스 감독이 구단 측이 기대하는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레드냅 감독은 라모스 감독 경질이 발표된 직후 가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갖고 “피터 스토리 포츠머스 단장과 통화하며 포츠머스가 500만파운드(113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나를 토트넘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토트넘과 같은 빅 클럽을 맡게 된 건 나에게도 엄청난 기회”라고 밝히는 등 일찌감치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첫 번째 재임기간이던 2002~2004년 디비전1(3부리그) 우승(2003)을 주도해 팀을 챔피언십(2부리그) 무대로 올려놓은 바 있으며 2005년 다시 사령탑으로 컴백한 이후엔 FA컵 우승(2008)을 달성해 또 한 번의 영광을 이끌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토트넘 경영진이 레드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과 팀 재건에 능한 지도력, 언론과 팬들에게 호의적인 성격 등 여러 가지 장점들이 패배주의에 물든 토트넘 팀 분위기에 활력소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성공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과연 토트넘은 ‘레드냅 효과’를 활용해 최악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바람 잘 날 없는 프리미어리그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생긴 듯하다./<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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