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5만 명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노래는 운동장 콘크리트 벽에 부딪쳐 울리며 돌림노래가 돼버렸다.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의 어떤 열창보다, 그와 5만 관객의 합창이 더 감동적이었다.
조용필 데뷔 40주년 공연이 24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관객으로 가득 메운 채 열렸다. 조용필은 오후 8시30분 등장해 36곡을 부르고 밤 11시5분에 무대를 내려갔다.
조용필의 무대연출 욕심은 이날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가로 26m 세로 9m짜리 초대형 LED 스크린을 비롯한 스크린 세 개와 40m 높이 트윈타워에 설치된 특수영상장치는 두 눈에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경찰 규정에 따라 밤 10시 이후엔 터뜨릴 수 없는 폭죽이 정확히 9시59분 '서울서울서울'에 맞춰 터졌고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땐 무대에서 객석 꼭대기로 커다란 모형비행기가 날아왔다. 울긋불긋한 형광봉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객석도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