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관객의 '돌림 노래' 조용필의 열창보다 뜨거웠네

  • 등록 2008-05-26 오전 9:36:57

    수정 2008-05-26 오전 9:37:06


[조선일보 제공] 5만 명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노래는 운동장 콘크리트 벽에 부딪쳐 울리며 돌림노래가 돼버렸다.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의 어떤 열창보다, 그와 5만 관객의 합창이 더 감동적이었다.

조용필 데뷔 40주년 공연이 24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관객으로 가득 메운 채 열렸다. 조용필은 오후 8시30분 등장해 36곡을 부르고 밤 11시5분에 무대를 내려갔다.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는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무대는 끝없는 그의 히트곡으로 이어졌다. 10대부터 80대 노인까지, 잠실에 모인 사람들은 조용필의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스스로에게 놀랐고 그런 사람이 5만명이나 된다는 것에 다시 놀랐다. 어마어마한 크기 공연장에서 무대 위 조용필은 성냥개비만 하게 보였다. 노래를 시작하자, 그는 거인이 됐다. 사람들은 성냥개비만 한 거인에게 2시간35분 동안 꼼짝없이 매료됐다.

조용필의 무대연출 욕심은 이날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가로 26m 세로 9m짜리 초대형 LED 스크린을 비롯한 스크린 세 개와 40m 높이 트윈타워에 설치된 특수영상장치는 두 눈에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경찰 규정에 따라 밤 10시 이후엔 터뜨릴 수 없는 폭죽이 정확히 9시59분 '서울서울서울'에 맞춰 터졌고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땐 무대에서 객석 꼭대기로 커다란 모형비행기가 날아왔다. 울긋불긋한 형광봉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객석도 장관이었다.

공연장 구조상의 문제이긴 하나 음향이 단단하지 않고 벙벙해 거슬렸고, 6분짜리 오프닝 영상이 다소 길게 느껴졌다. 조용필은 공연을 마친 뒤 "관객 함성이 너무 커서 (음악이 잘 안 들려 소리를 맞추느라) 고생했다"며 "관객들이 은은하고 잔잔하게 합창할 때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31일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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