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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버지 김상식의 문제로 다투게 된 자매는 결국 상처로 남았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게 됐다. “누나들 한순간에 겨울왕국 돼요”라는 막내 김지우(신재하 분)의 예언대로 박찬혁(김지석 분)과 기분 좋게 술을 마시던 두 자매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기억이라는 게 정말 이기적이야, 자기 자신밖에 몰라”라는 김은주의 말처럼, 엇갈린 기억 속엔 각자의 시각 차이가 존재했다. 엄마 이진숙과 언니 김은주의 가출에 매일 밤 울었다는 김은희는 들꽃 살랑이며 돌아온 언니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상처가 남았고, 집을 떠나 내내 불안했던 김은주는 남겨진 김은희의 마음을 몰라서 따뜻하게 잘 지낸 듯한 그의 모습이 상처가 됐다. 누구의 기억이 사실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했던 기억은 응어리로 남았을 뿐이었다.
한편 김상식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영식(조완기 분)을 만나기 위해 이진숙과 울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영식은 이미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잠적한 후였다. 김상식은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진숙과 첫 영화를 보던 날, 사위 윤태형을 처음 만난 날,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를수록 믿기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실존했던 일과 없었던 일의 기억도 섞이고 있었다. 의사는 “기억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 시절 자주 꾸던 꿈,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바람이나 집착이 섞일 수도 있다”는 소견을 전했지만, 이진숙의 걱정은 깊어졌다.
김은희는 박찬혁에게 고민을 상담하며 형부 윤태형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돌이켜 보면 결혼을 하겠다고 인사를 왔을 때도 태형에겐 설렘이나 뜨거움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태형의 행동이 모두 지금 일어날 일을 알릴 징조였다. 김은희는 그때 말리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했지만 시간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은주 걱정에 김은희는 월차까지 내고 곁을 지켰다. 하지만, 윤태형은 예정됐던 귀국 날짜에 돌아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혼란을 짐작했던 사람은 바리스타 안효석뿐이었다. 마치 윤태형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았다는 듯한 안효석의 태도에 김은희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 길로 안효석이 있다는 소록도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윤태형과 안효석이 함께 있었다. 기억을 찾아가던 김상식은 이진숙에게 꽃다발과 함께 “부족한 놈이랑 살아줘서 고마워요. 저 기억났어요. 이제 우리 졸혼해요”라고 말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김은희의 말처럼, 현실로 드러난 불안 앞에 이 가족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김은주, 윤태형 부부부터 기억이 돌아왔다는 김상식의 ‘졸혼’선언까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한 이들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