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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출입구와 기자실 출입문 사이의 거리는 30미터 남짓. ‘남쪽 기자’와 ‘북쪽 선수’ 사이에는 초등학교 1학년생 키 높이 정도의 철제 펜스만 놓여있다. ‘기회다!’ 열 걸음 가량 걸어 다소 차가워진 펜스에 몸을 바짝 붙였다. 유니폼 왼쪽 가슴에 붙은 인공기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남북공동입장이 무산됐는데 아쉽지는 않습니까”
북한 선수단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자도 답을 기대하고 물은건 아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남쪽 기자’를 만난 북한 선수들은 백이면 백 이런 반응이기 때문이다. 다만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이 동시입장했고 여자 아이스하키는 단일팀을 구성해 남북이 교류한만큼 그들의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다.
반응이 없다고 해서 질문을 멈출 수는 없었다. 평창올림픽 개막 이후 대북특사가 방북하고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날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소식이 들려온 날이기도 했다. 질문을 바꿨다.
그 때였다. 선수단 임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발을 멈췄다. 기자와 눈이 마주친 그는 살짝 미소지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뒤이어 휠체어를 탄 한 남자 선수도 고개를 끄덕하며 기자에게 인사했다. 그에게 다시한번 소감을 물었다. 다시 기자와 눈이 마주친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반갑습네다”
이들을 향한 관중들의 환호도 한몫했다. 앞서 남북은 한반도기에 독도를 넣는 문제를 두고 합의하지 못해 동시입장이 무산됐다. 그러나 관중들은 실망하지 않고 크게 환호했다. 특히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함성은 더 커졌다.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한민국 선수단과 북한 선수단이 입장할 때 각각 긴 시간동안 일어나 박수를 쳤다.
4월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 추진까지.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남쪽 기자와 북쪽 선수가 더 자유롭게 묻고 답할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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