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가요 70년]1990년대, X세대의 시대… 그리고 IMF

  • 등록 2015-08-15 오전 8:00:50

    수정 2015-08-15 오전 8:10:32

그룹 패닉.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나같은 아이 한 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1990년대는 X세대의 시대였다.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을 중시하는 청년들이 시대를 주름 잡았다.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시대의 주인을 어른 세대는 ‘X’라고 불렀다. 문제아, 이단아, 반항아가 동의어로 통했다. 기성 세대의 눈에 차지 않았던 X세대를 노래가 대변해줬다.

1992년 발표된 ‘난 알아요’는 가수 서태지를 지금의 문화대통령으로 만든 시작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라는 사랑 고백 가사는 상표도 떼지 않은 모자, 티셔츠, 청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무대를 활보한 X세대의 표상이 됐다. 패닉의 ‘왼손잡이’,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도 대표적이다. ‘왼손잡이’는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외칠 수 있는 소수의견에 용기를 준 곡이었다. 크라잉넛은 당시 가요시장의 소수장르였던 록으로 강렬한 시대정신을 피력했다. 망사, 비닐 등 독특한 소재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박진영은 그 자체로 X세대의 완벽한 조건이었다.

1990년대 후반은 개인의 취향이 공동체의 희생으로 급변한 시대였다. 1997년 IMF 경제위기가 왔다. 국가가 흔들렸고, 기업이 무너졌고, 가정이 직격탄을 맞았다. 카니발의 ‘거위의 꿈’은 1997년 발표돼 좌절의 벽을 무너뜨린 꿈의 노래로 시대를 위로했다. 이후 1년 뒤 길바닥으로 내몰린 직장인, 취업에 실패한 사회초년생, 후손을 걱정한 조부모님 세대까지 너나할 것 없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전국 누계 약350만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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