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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로우 비디오’ 개봉을 앞두고 이데일리 스타in과 만난 차태현은 두명의 OOO이라는 배우를 언급하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법, 더욱이 그런 비교와 경쟁에 대해 고민을 크게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에게서 들은 고백은 조금 의아했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 너무 부러워요. ‘왜 난 저렇게 못하지’, ‘왜 그만큼 안 웃기지’, 생각이 많아져요.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요, 저는 그날 밤에 술을 마시게 되더라고요. 꼭 그렇게 되더라고요, 하하.”
웃고 있었지만, 유행가의 제목대로다. 그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급기야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였다. 그에게 용기가 필요한 때였다.
“차태현씨, 당신도 참 매력적인 배우잖아요. 아주 소름이 돋는 연기는 아니어도, ‘식스센스’급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어도, 우리나라 관객 중엔 차태현씨만의 연기와 표현, 감성을 느끼기 위해 기꺼이 표를 사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분들은 저한테 ‘믿고 보는’ 배우라고도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좀 하셔서 제가 혼자 계산해봤어요. 제 영화의 스코어 평균을 내봤는데 250만 관객 정도였습니다, 하하. 제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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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캐릭터의 영화, 멜로지만 야하지 않고 로맨스이지만 코믹함이 떠오르는 장르에서 활약한 차태현은 뭔가 따뜻한 느낌을 안고 있다. 관객은 그런 차태현을 기억하고 그가 나오는 영화에 훈훈함, 잔잔함, 소소한 웃음과 감동 등을 예상하고, 만족한다. 흥행에 매우 큰 성공을 거둔 영화라 해도 논란이 있고 호불호가 갈리곤 한다. 스케일이 적어도 그 안에서 견고히 뭉치는 하나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차태현의 탄탄한 필모그래피가 알려주는 진리다.
“그 말을 듣고보니,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데, 하하. 양보다 질이라. 관객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감사한 일이죠. 사실 흥행 스코어는 배우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그런 의미에서 일이라는 건 절대 즐기면서 할 수 없는 성질인 것 같아요. 일단 돈을 받고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온 몸으로 느껴야하는데,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죠? 어떤 분들은 예능프로그램 같은 곳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여행 다니면서 돈도 벌고 ‘좋겠다’하셔요. 충분히 이해하는 시선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그나마 함께 출연하는 멤버들이 있어서 혼자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안지 않아도 돼 다행인 거죠.”
이번 영화 ‘슬로우 비디오’ 개봉을 앞두고 차태현의 부담은 아쉽게도 매우 큰 상태다. 전작인 영화 ‘헬로 고스트’ 이후 3년여 만에 스크린 복귀인데다 당시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라 관객의 반응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헬로 고스트’에서 적당한 반전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주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큰 메시지도 없이 웃음을 날렸던 것과 달리 ‘슬로우 비디오’에선 이렇다 할 흥행 성공 포인트를 내세우기 어렵다. 믿을 구석이라곤 시나리오를 처음 읽던 그 당시 왠지 모르게 구미가 당겼던 그 ‘감(感)’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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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극적 전개 없이 CCTV에 담기는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이 공감대를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차태현이 걱정한 ‘마가 뜨는’ 내레이션이나 전체적으로 말이 많지도, 빠르지도 않은 배우들의 연기 톤, 과장된 영화적 장치도 없는 부분은 오히려 메시지를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여백의 미를 선사한다.
“차태현의 세월도 참 빠르게 느껴져요. 제 삶 자체가 이 영화 속 평범한 주인공들과 닮아있거든요. 그렇다고 한 번도 구체적은 목표를 위해 악바리처럼 조급하게 달려든 적은 없지만,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걸 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워요.”
‘슬로우 비디오’가 지금까지 연기 인생 중 가장 튀는 작품이자, 가장 ‘차태현스럽지 않은’ 캐릭터라고 말하는 그다. 관객이 확인할 차례다. 차태현이 과연 ‘류승범’처럼, ‘하정우’처럼 웃기지 못하는 배우인지. 차태현은 분명 ‘웃김’의 범주를 넘어선 그만의 연기미학을 이번 작품을 통해 또한번 증명해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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