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 "18개월 딸이 '에헴' 따라해요"(인터뷰)

  • 등록 2012-08-27 오전 8:35:49

    수정 2012-08-27 오전 8:35:49

“타임슬립(시간이동)이요? 조선시대는 가고 싶지 않고 골목대장처럼 놀던 어린시절로 한 번 가보고 싶어요”(사진=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이범수는 무게를 주고 빼야 할 때를 잘 안다. 전작인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는 무게를 덜었고 ‘자이언트’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무게를 더했다. 체중 조절이 자유롭다. 연기 폭이 넓다. 그래서 믿음 가는 배우다. ‘닥터 진’은 이범수의 양쪽 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 한량처럼 보였지만 속에는 강한 정치 야심을 품고 있었다. ‘조선 말의 흥선대원군이 살아있다면 저렇지 않았을까?’ 이범수는 그러했다.

‘닥터 진’이 끝났다. 강적들(‘신사의 품격’·‘개그콘서트’) 틈에서 시청률은 10%대. 잘 싸웠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최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이범수를 만났다. 작품이 끝나도 여전히 바빴다. 배우로 가장으로 그리고 교수로 1인3역을 맡고 있는 때문이다. 이범수는 “작가도 그렇고 감독도 촬영팀도 다 낯설었다. 그런데 배우가 항상 손발맞고 마음맞는 사람들만 만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 ‘닥터 진’은 그런 점에서 내 나름대로는 성취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진운이 나빴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본인(이범수)은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이 없었나.

▲작품도 좋았고 시청률 면에서도 방송사(MBC)는 축제였다. 수도권 시청률은 15%가 넘게 나왔다. 22회까지 광고는 완판(완전판매)이었다. 축하 전화도 많이 받고 고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시청률 때문에 아쉬운 건 없었다.

-젊은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본인이 무게중심을 잡고 가야 하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주인공이면 누구나 갖는 부담이다. 어떤 작품이든 주인공이면 당연히 축을 잡고 가야 한다. 부담감보다 흥미로웠다. ‘닥터 진’은 촬영 전에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 45개국에 수출됐다. 원작을 탄생시킨 일본에는 비싼 값으로 되팔았다. 여태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흥행작들도 많았지만 해외 프로모션은 물음표였다. 그런 면에서 ‘닥터 진’은 기대가 크다.

-밤샘 촬영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느 해보다 심한 폭염에 고생이 많았을 텐데.

▲배우들끼리 서로 ‘참자’고 격려했던 기억밖에 없다. 열악한 환경은 제도화하지 않는 이상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방송사나 제작사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사전제작 드라마를 꺼린다. 일리 있는 말인데 반이라도 미리 찍어놓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배우들도 최소한 잠을 잘 수 있고 나머지 촬영을 하면서 시청자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 국회 같은 곳에서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얘기들을 좀 해주면 좋을 텐데.
“어느 것도 허투루 할 수 없죠.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내 연기를 되돌릴 수 없거든요. ‘메이드 바이 이범수’라면 대사 하나라도 항상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합니다”(사진=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본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보는 건 어떤가. 정치 제의도 받았을 텐데 생각해본 적은 없나.

▲그러는 순간 불행해질 것 같다. 나는 자유롭기 위해서 배우를 택했고 배우를 하고 있어서 자유롭다.

-배우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 사생활 면에서 불편하지 않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물론 불편함이 있을 때도 있지만 크지 않다. 내 생각에는 배우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게 스스로를 더 불편하게 하는 거다. 어떤 배우들은 커피빈(커피 전문점)에도 못 간다고 하더라. 나는 그러려고 배우를 택한 게 아니다. 내가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는 커피빈 가는 거고 그렇게 해버릇 해왔다.

-함께 연기한 후배 배우들이 하나같이 본인(이범수)를 치켜세웠다. 배우들 간 호흡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송승헌 김재중 김소연 등 모든 배우들이 힘들어도 불만 한 번 안하고 열심히 했다. 그 더운데 구석에서 부채질 하면서 대사도 외우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동료들을 보면서 짠해서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번 작품은 동료애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다.

-촬영이 끝나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외조도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요즘 딸과 있는 시간이 많다. 딸이 18개월 됐는데 하루 하루 커가는 게 감동이다. 집사람이 말하기를 애가 TV 보고 아빠 따라 ‘에헴’ ‘진의원’ 그런다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외조는 별 게 없다. 아내가 잘하는 거 더 잘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뿐이다. 내 아내라서가 아니라 집사람이 영어도 진행도 잘한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잘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국제 행사 섭외 제의를 많이 받는다. 그런 능력을 아내라서, 엄마라서 썩히는 건 아까운 일이다.

-아이가 만약 나중에 커서 배우가 되겠다고 한다면.

▲본인이 하고 싶다면 말릴 이유가 없다. 하면서 신나는 것을 해야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고학력자 중에도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나. 나는 우리 아이가 꼭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아이가 배우를 해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난 학기부터 대학(동아방송예술대)에서 연기 강의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어떤 모습인가.

▲엄격한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선생이지 학생들의 형이나 오빠는 아니니까.(웃음) 교수 제의는 4, 5년 전부터 받아왔다. 교수 입장에서도 현장에서 직접 연기를 해보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고 학생 입장에서도 그런 갈증이 생길 수 있다. 현장 경험의 도움을 주고 싶어서 교수 제의를 받아들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학점이란 걸 줘봤는데 진짜 어렵더라. 엄격한 선생인데도 학생들이 벌써 꽉 찼다.(이범수는 지난 학기 교수 평가에서 1등을 받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모교 후배보다 더 연기를 잘했으면 하는 게 목표다.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요즘에는 딸 아이 커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둘째요? 내년쯤?”(사진=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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