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퍼거슨 감독, ‘버스비의 벽’ 뛰어넘나

  • 등록 2008-04-20 오후 12:39:25

    수정 2008-04-21 오전 8:11:46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Utd. 감독은 3월 초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만 올해 나이가 예순 여섯인 만큼 3년 후 쯤엔 은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제껏 퍼거슨 감독의 거취와 관련 여러 가지 보도와 루머가 나돌긴 했지만 당사자가 직접 구체적인 연도까지 거론하며 은퇴를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던 까닭에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팬들과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 줄을 이었는데, 대다수의 의견은 “2011년으로 은퇴 일시를 못 박은 것이라기보다는 ‘레드 데블스(맨체스터Utd.의 애칭)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매트 버스비 전 감독을 능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졌다.

참고로 2011년은 퍼거슨 감독 취임 25주년이자 버스비 전 감독이 보유 중인 클럽 지도자 역대최장기간 연속재임기록(24년)을 돌파하는 시점이다. 결국 은퇴 관련 발언은 ‘버스비보다 뛰어난 발자취를 남겨 명실상부 클럽 역사상 최고 지도자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기실 퍼거슨 감독이 이제껏 맨체스터Utd.와 함께 하며 쌓아올린 업적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1986년 부임한 이후 꾸준히 우승트로피를 추가하며 성공 질주를 이어온 까닭이다. '퍼거슨호'는 1992-93시즌 첫 우승을 시작으로 총 아홉 차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십을 제패했다.

FA컵 무대에서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으며 리그컵 개념의 커뮤니티실드(전신 채리티실드 시절 기록 포함)에서도 일곱 번이나 환호했다. 뿐만 아니라 UEFA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UEFA슈퍼컵, UEFA컵위너스컵, 인터콘티넨탈컵(클럽월드컵의 전신) 등 클럽대항전 챔피언트로피를 한 차례씩 거머쥐며 맨유 군단을 유럽 정상권에 어울리는 팀으로 키워냈다.

특히나 1999년에는 자국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등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홈팬들에게 ‘트레블’ 달성의 짜릿한 감격도 제공했다. 일단 기록 면에서 버스비 감독의 우승 발자취(자국리그 5회, FA컵 2회, 커뮤니티실드 2회, UEFA챔피언스리그 1회)를 상회하는 결과를 남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거슨 감독이 버스비 전 감독의 발자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역시 먼저 지나간 거인의 여운이 워낙 강렬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버스비 감독은 오늘날까지도 클럽 홈팬들에게 ‘고난과 역경을 딛고 클럽을 최강의 지위에 올려놓은 명장’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이다.

1958년 선수단 전원을 태운 비행기가 뮌헨 인근에서 추락해 주전급 대부분이 사망한, 이른바 ‘뮌헨 참사’ 당시 지도자로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주인공이 바로 버스비다.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팀 재건 작업을 통해 10년 후인 1968년 ‘버스비의 아이들’로 불린 멤버들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정복해 감동스토리를 완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승 확정 직후 버스비 감독이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고 이름 앞에 ‘경(Sir)'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당시 선보인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의지를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일찌감치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한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치적으로 손꼽힌다.

라이벌로 점찍은 반세기 전 사령탑과 견줘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수확하고도 아직까지 확실한 비교우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퍼거슨 감독으로선 남은 재임기간 중 거둘 성적이 무척 중요하다. 가진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여타 지도자들이 범접하기 힘든 수준의 커리어를 쌓아올릴 경우 버스비 감독과의 경쟁 구도를 유리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여건 또한 충분히 희망적이다. 퍼거슨 감독에게는 톱클래스로 분류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있고 세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구단이 있다. 감독 자신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 아직까지 3년여의 세월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은 놓치기 힘든 기회다.

종반으로 접어든 프리미어리그서 선두를 유지하며 2연패에 근접한 데다 모처럼 챔피언스리그 4강에도 진출해 1999년 이후 또 한 번의 우승 기회를 엿보고 있다. 홈팬들의 기대대로 ‘더블’을 이뤄내며 올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면 희망의 빛은 더욱 밝아지게 된다./<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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