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백차승 강판과 통계의 역설

  • 등록 2007-06-06 오후 6:59:04

    수정 2007-06-07 오후 10:36:48

▲ 백차승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한들 통신원] 6일 볼티모어전서 마이크 하그로브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은 1-3으로 뒤진 6회 2사 2루서 백차승을 강판시켜 한국 팬들의 장탄식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백차승이 선두 6번타자 오브리 허프에게 우중간 펜스를 원바운드로 넘기는 인정 2루타를 맞긴 했으나 후속 두 타자를 내리 1루 파울 플라이, 3루 땅볼로 솎아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타자는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79마일 스플리터와 88마일 패스트볼로 헛스윙, 루킹 삼진을 당한 코리 패터슨. 최희섭의 시카고 컵스 입단 동기로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진 그는 컵스의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가 끝내 싹을 틔우지 못하고 지난해 쫓겨나다시피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돼 왔습니다.

올시즌 타율도 바닥권인 2할1푼5리. 더욱 백차승의 투구수는 그 때까지 97개여서 놔둘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그로브 감독은 패터슨이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좌완 투수를 불펜에 올렸습니다. 볼티모어가 최근 무엇보다 불펜의 부진으로 4연패에 빠져 시애틀이 충분히 추격의 여지가 있어 하그로브 감독의 투수 교체는 팬들의 아쉬움을 살만 했습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무엇보다 백차승의 입지가 아직 탄탄하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이날 전까지 백차승이 등판한 8경기서 시애틀이 6승2패를 거두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신인입니다. 톡 까놓고 이야기해서 감독이 비위를 맞춰야 할 의무가 없는 '쫄다구'에 불과합니다.

두 번째는 확률의 역설입니다. 흔히 야구는 기록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방으로만 해석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타자가 어느 투수에게 부진(또는 잘 치는 경우) 하다고 했을 경우 그것이 언제까지나 좋은 결과만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못 쳤다면 역설적으로 앞으로 칠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것입니다.

팀의 연승-연패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승을 달리면 앞으로 질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연패에 빠져 있다면 거꾸로 이길 확률은 더 높은 것입니다. 10할을 때리는 타자가 현실적으로 없고, 백전백승을 하는 팀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데이터를 중시하는 야구의 핵심도 기본으로 돌아가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곧 감독이 그날 경기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분위기 파악, 감이 중요한 것입니다.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에 불과할 뿐입니다.

지난 1995년 OB를 담당했을 때 김인식 감독의 야구를 '믿음의 야구'라고 명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불렀던 것은 김 감독이 덮어놓고 선수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긴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김 감독은 투수 교체나 대타 기용 등 작전의 기준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날 현장에서 보여지는 우리 투수(또는 타자)와 상대팀 타자( 또는 타자)를 유심히 관찰한다. 바로 오늘 우리 투수(또는 타자)가 상대 타자(또는 투수)를 현실적으로 얼마나 공략해낼 수 있느냐를 보기 위해서다. 거기에 따라서 투수를 교체하느냐, 대타를 기용하느냐, 강공으로 가느냐, 정석으로 가느냐도 결정한다."

김 감독의 말은 결국 감독이 현장에서 느끼는 감과 눈을 중시한다는 지론입니다. 그래서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스몰볼'도, '머니볼'도 아닌 '휴먼 야구'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그로브 감독이 6회 2사 2루서 백차승이 패터슨과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우선시한 것도 바로 덕아웃에서 자신이 본 '이성'과, 동물적으로 느낀 '감'의 합성이었습니다. 그래서 합당한 교체인 것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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